울타리
가정이라는 이름의 울타리에서 사육 당하던 아줌마는 이제 수갑과 포승에 묶여 울고 있다.
구치소. 고개 들어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는 높다란 회색 콘크리트 담 위에 철조망과 망루가 설치되어 있고, 망루 앞에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비병이 경계를 서고 있다. 검정색 페인트칠이 된 육중한 철문을 통과한 후 또 작은 철문을 지나면 길을 표시하기 위해 설치된 듯한 군대식 화단이 있다.
나는 그 길을 지나 오른쪽 건물 입구에서 다시 교도관의 질문을 받은 후에야 그 건물 2층에서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아줌마를 만났다.
“그렇게 싫으시면 이혼을 하지 그러셨어요?”
“무조건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밖에......”
신용카드 절도, 사기, 공무집행방해.
피의사실은 식당 주인의 신용카드를 훔쳐 백화점에서 옷을 구입하고 수사경찰의 멱살을 잡아 폭행했다는 것이다.
“카드를 쓰면 누군지 뻔히 아는데, 왜 아니라고 잡아 떼셨어요?”
“그렇게 해야 감옥을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어이가 없다. 이 말을 믿어야 하나? 누가 이 말을 믿어 줄까?
식당에서 설거지 일을 했다고 해서 물어 보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어요?”
“아뇨. 애들 다 키우고 나니까 더 이상 집안에 갇혀 살기 싫었어요. 식당일은 가출까지 해서 남편에게 가까스로 허락을 받아낸 거에요. 40년 동안 가끔 부부동반으로 외출하는 거 빼고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어요. 남편은 제가 동네아줌마들과 말하는 것도 싫어했어요. 그런데 밖에서는 언제나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소리를 들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남편 험담을 할 수는 없잖아요?”
아줌마는 하소연을 막 풀어 놓았다.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이런 닫힌 가정에서 통상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물어 보았다.
“남편이 폭행을 하거나 바람을 피거나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그러지 않았어요?”
“아뇨, 때린 적은 없어요. 바람 피는 것 같지도 않고요. 생활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어요.
오기 전에 만난 남편은 인상 좋아 보이는 평범한 아저씨였고, 처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이고, 검사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시키지, 머리가 복잡하다.
“그럼, 감옥에 가게 됐으니 목적 달성하셨네요?”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갑자기 아줌마는 공포로 눈이 일그러지더니 몸서리를 치면서 소리 없는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수갑 차고 포승에 묶이는 게 너무 무서워요. 제발 나가게 해 주세요......”
아줌마의 사회에 대한 판단과 적응 능력은 시집 왔을 때인 40년 전과 똑같이 박제로 보존되어 있고, 그 후의 세월은 아이들 뒤치다꺼리와 걸레질, 낡은 앞치마에 사회성을 묻어 버린 것이다.
어둑어둑해 질 무렵, 들어왔던 길을 역순으로 구치소를 나왔다. 육중한 철문이 드르륵 꽝하고 닫힌 후에도 나는 울타리를 처음 나와 길을 잃은 어린 양처럼 한참 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길 건너에는 까치발을 하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높이의 담장 너머로 식탁에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어느 가족이 실루엣처럼 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