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보는 세상] 모래

2025-04-08     함성호 시인

모래

- 최세목

그것의 딱딱함.
표면 고르지 않음.
망치와 정을 허용하지 않음.
고온에도 녹지 않음.
사람의 팔로 안기에 너무 거대함.
등등과
그것을 파낸 언 땅.
빛이 흐려지기 시작하는 지점.
굴절되는 각도. 그림자의 정도.
내부로 닫히는
내부와 외부의 중간 지점에서
다시 열리기도 하는
점점
복잡해지는 구조와
관련한 계획.

 

- 최세목 시집 『ㅊ』 중에서/_방1/ 2022년

건축은 물질성을 통해 추상성을 포획하려 한다. 벽돌, 콘크리트, 철과 같은 구체적인 재료를 통해 공간이라는 추상성을 획득한다. 역으로, 그 추상성은 구체적인 물질성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이 건축의 매력이자 묘미다. 반면, 시는 추상적인 언어라는 재료를 통해 그 자체가 물질이 되어야 한다. 딱딱함, 망치, 정, 이런 단어들은 그 기호의 대상을 가리키지 그 대상 자체는 아니다. 이 자의적인 기표와 기의의 물렁물렁한 관계를 통해 시는 물질로 존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