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삶] 건축설계,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

2025-04-08     강석호 건축사·두민건축사사무소 (경상북도건축사회)
강석호 건축사(사진=강석호 건축사)

우리나라 건축업계가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경제 위축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둔화는 건축설계 분야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중소형 건축사사무소들은 일감 부족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으며, 대형 프로젝트들도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건축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지만, 그 그릇을 만드는 설계업계가 흔들리고 있다면 과연 우리의 미래 주거 환경이 온전할 수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경기 침체로 인한 건축 프로젝트 감소다. 신규 건축 수요가 줄어들면서 건축설계업계도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있다. 더욱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로 인해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축주는 비용 절감을 위해 설계비를 삭감하거나 프로젝트 자체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건축사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과중한 업무 부담을 떠안은 채 낮은 설계비를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설계업무의 복잡성과 규제의 강화도 문제다. 건축사는 단순히 도면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법규 검토, 인허가 대응, 시공 협의 등 다방면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인력 부족과 낮은 설계비는 이러한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면서 인허가 절차는 길어지고, 건축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이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설계비 보장이 절실하다. 설계비 기준을 현실화하고, 건축사의 업무량에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계약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 역시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중소형 건축사사무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BIM과 AI 설계 등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기술 도입을 위한 업계 차원의 교육과 지원이 강화되지 않으면, 변화하는 건축 환경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현재 협회의 모든 인원들이 많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법령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여주길 희망한다. 오늘도 현장에서는 많은 건축사들이 폐업을 고려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은 결국 인간의 삶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건축설계가 위축되면 우리의 도시와 주거 환경도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건축설계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