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건축물을 돌아보다
우연히 KBS1 ‘환경스페셜 378회’ <초고층아파트 대안인가, 재앙인가?>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초고층 건축물이 화재 및 재난 시 피난에 불리함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초고층 건축물은 바람 길에 변화를 주어 도시적 미기후를 조성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남들보다 더 높은 건축물을 짓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과연 무엇을 위해 초고층 건물을 짓는 것일까.
초고층건축물은 일반적으로 높이 200m 이상 또는 50층 이상인 건축물을 말한다. 인터넷사이트(skyscrapercenter.com)는 ‘100 Future tallest buildings in the world’에서 미래의 초고층 빌딩 순위 목록을 볼 수 있다. 100개의 초고층 건축물을 국가별로 분류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시아, 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유럽 순으로 건축물의 수는 85, 9, 5, 1, 0개로 나타났다. 아시아와 중동에서만 90개의 건축물로 전체의 90%가 차지하는 점과 유럽에는 단한개도 순위에 없다는 점은 의문점을 자아낸다. 특히 중국에서만 59개가 지어지고 높이 순 10위권 안에 있는 5개의 건축물도 중국에서 건설된다. 어떠한 이유에서 이러한 나라별 격차가 심한 것일까.
초고층 건축물에 관한 기형적인 현상들은 설명하기 쉽지 않다. 세계 사회의 이모저모가 종합되어 나타나게 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성형열풍으로 온 사회가 떠들썩했다. 도시에 성형외과들이 즐비하고 성형은 사회의 트렌드를 뛰어넘어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과 대만 등지에서도 우리나라에 원정 성형을 오기까지 한다.
건축에서의 외모지상주의, 학벌지상주의는 바로 ‘초고층 빌딩’이 아닐까. 남들과 다른 독특한 건물로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좋은 기업을 유치해 그것이 ‘나라 및 지역의 성장에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경쟁적 의도이다. 남들보다 더 높게 랜드마크적인 요소로서 과도한 목표설정과 주위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대규모의 사업개발방식 등이 문제가 되는 점이다. 아시아와 중동에는 개발도상국이 많다. 선진국이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방식에서 초고층 건축물이 많이 지어진다고 생각한다.
사실 초고층 건축물 건설은 비용이 많이 들고 엄청난 물량의 분양 부담 때문에 위험이 매우 큰 사업이다. 초고층 건축물은 주로 경기가 정점일 때 계획되지만, 막상 완공 시점에는 경기가 꺾여 불황이 찾아온다. 현재 건설된 건축물 중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은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 위치한 버즈칼리파(828m)이다. 두바이는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2009년 말 두바이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이후에는 과욕이 빚어낸 환상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물경제의 뒷받침 없이 현란한 기법만으로 부를 키운 금융의 몰락과 초고층 빌딩의 실패는 궤를 같이한다. 금융 자본 없이는 초고층도 존재할 수 없다.
시대는 날로 첨단을 걷고 있고, 점차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협력관계를 유지해가고 있다. 과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이 예측하는 환경오염, 빈부의 격차로 인한 사회경제구조의 붕괴 문제 등이 중요 요인이다. 이제는 경쟁을 위한 단순한 차별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고층 건축물보다는 소방, 방재, 피난 등의 시스템이 잘 설치될 수 있도록 건물의 규모 및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과도한 경쟁을 교훈삼아 새롭고 건전한 경쟁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 경쟁의 선두주자에 우리나라가 우뚝 서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