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서울은 삶의 질 담보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 도시돼야”
서울시, 서울총괄건축가파트너스 & 포럼 개최 도미니크 페로·위르겐 마이어·벤 반 베르켈 등 참가 강병근 총괄건축가 “100년 전 서울은 끊고 자른 소유의 도시 …100년 후 서울은 자연·사람·기술이 함께하는 공존의 도시”
100년 후 서울의 도시 공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기존 총괄건축가 제도를 확장한 전문가 협의체인 서울총괄건축가 파트너스가 함께한 이날 행사는 ‘서울이 묻고, 세계가 답하는’ 포럼 형식으로 진행됐다. 서울총괄건축가 파트너스는 도시와 건축, 디자인·지속 가능성·조경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됐다.
서울시는 3월 21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Nexus 서울 Next100 : 총괄건축가 파트너스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강병근 서울총괄건축가를 비롯해 건축 분야 도미니크 페로(도미니크 페로 아키텍츠), 도시 분야 벤 반 베르켈(유엔스튜디오), 지속 가능성 분야 위르겐 마이어(위르겐 마이어 건축사사무소), 조경 분야 제임스 코너(필드 오퍼레이션), 디자인 분야 토마스 헤더윅(헤더윅 스튜디오) 등 해외 저명 건축사와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건축 분야 서울대 맹필수·연세대 최문규 교수를 비롯해 한양대 구자훈 교수, 홍익대 오웅성 교수, 서울대 존 홍 교수가 자리를 함께했다.
강병근 서울총괄건축가는 기조발제에서 “오늘 이 자리는 앞으로 서울이 소비나 소유를 위한 도시가 될 것인지, 아니면 행복하기 위한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두고, 우리가 묻고 세계가 답하는 자리이다”라고 정의했다.
이어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면 자연을 철저히 배제하고, 메우고 끊고 잘라서 오늘의 서울을 소유하게 됐다”며 “그렇게 성장에만 집착한 나머지 가족·이웃과의 관계, 공동체가 붕괴됐으며, 사람도 사물화되고 포장되길 요구받고 있는 만큼 이제 도시는 공동체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도시 생활의 경쟁과 갈등을 함께 돌보는 이웃의 공동체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는 100년 후에 오는 것이 아니라 내일부터 바꿔야 하는 것이다. 많은 건축사들과 시민들의 제안을 받아서 비욘드 조닝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제에 이어 해외 파트너스인 ▲도미니크 페로 ▲벤 반 베르켈 ▲위르겐 마이어 ▲제임스 코너 ▲토마스 헤더윅의 발표가 진행됐다. 사정상 포럼 현장을 방문하지 못한 제임스 코너와 토마스 헤더윅은 영상으로 입장을 전했다.
도미니크 페로는 ‘재생’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ECC)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현재 많은 (공공) 건물들의 지하는 빛도 없고, 주차나 배관으로 활용되지만 ECC의 경우 빛과 함께 아름다움도 제공하고 있다”며 “자연과 건축의 관계를 잘 보여준 사례이자, 빔(광선)이 얼마나 유기적이고 매끄러운 하나의 연결성을 만들어내고 재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계기”라고 말했다.
미래를 염두에 두고 건축 디자인에 나서고 있는 유엔스튜디오의 벤 반 베르켈은 세 가지 질문을 던지며, 서울이 궁금해하는 100년 후 도시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는 ‘5분 안에 생활할 수 있는 도시가 가능한가’,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가’, ‘고층빌딩 안에서 사회적 커뮤니티를 어떻게 생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서울은 흥미롭게 성장해 왔지만, 빠른 고성장으로 인해 단기능적인 도시가 될 우려가 있다”며 “커뮤니티를 지원해야 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하며, 유기적 성장과 유연한 프레임워크를 가진 도시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서울–혁신도시를 위한 110%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 위르겐 마이어는 “서울은 사회성, 건강, 문화, 정치, 기후, 경제의 친환경 허브로 발전하고 있다”며 “100년 후에는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를 지원하고, 문화적으로는 기존의 문화유산을 현대 건축과 조화를 이끌어낼 것이며, 기술적으로는 혁신 기술 개발을 선도할 것”이라면서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건축이 서울에서 이뤄지길 기대했다.
제임스 코너는 상업용 화물 열차의 운행이 중단되면서 녹색 카펫으로 변모한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소개하며, 조경에 대한 투자가 강력한 도시 재생의 촉매제가 됐다고 설명했고, 토마스 헤더윅은 삭막한 현대적 건축물에 비해 한옥이 가진 시각적 복합성과 풍부함을 화두로 던지며, 서울이라는 도시가 보다 인간적인 건물과 공간이 되도록 많은 제안이 이뤄지길 희망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서울시 강병근 총괄건축가를 좌장으로, 맹필수·오웅성·존 홍·최문규·구자훈 교수가 차례대로 ‘자연·사람·과학기술’에 대해 토론을 벌였고, 해외 파트너스 참가자들이 이에 대해 답변하거나 추가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구자훈 교수는 “100년 전 르 코르뷔지에는 아테네 헌장을 통해 근대 도시를 만들고, 현대 도시의 기반을 조성했다”면서 “오늘 제시된 내용이 100년 후 미래 도시를 구성할 새로운 국제 헌장이 되길 희망하며, 그런 의미에서 ‘서울 헌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