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동호회 이야기 - 서울건축사마라톤동호회를 소개하며】건축사의 길, 마라톤과 함께

2025-03-17     조병섭 건축사(주.에이이플러스 건축사사무소), 서울건축사마라톤동호회 회장
조병섭 건축사(주.에이이플러스 건축사사무소), 서울건축사마라톤동호회 회장(사진=주.에이이플러스 건축사사무소)

서울건축사마라톤동호회는 2008118, 대구 팔공산에서 열린 대한건축사등산동호회 행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발의됐으며, 1117일 서울건축사회 회의실에서 7명이 모여 시작됐다. 이어 1122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첫 훈련을 진행했다. 이처럼 마라톤동호회는 몇몇 회원의 의지와 참여로 시작됐으며, 마침내 200973일 대한건축사마라톤동호회가 창립됐다.

지금은 협회로부터 매년 지원금을 받아 활동비에 보태고 있다. 협회 임원이었던 어떤 분은 동호회 활동비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협회의 지원은 필수적이며, 더불어 마라톤동호회는 건축사 단체를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장거리를 뛰다 보면 주로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끊임없는 자기와의 타협과 번민 속에서 달리게 된다. 그저 앞사람의 등판만 바라보며 달릴 뿐이다. 건축사마라톤동호회의 유니폼 전면에는 대한건축사협회또는 서울특별시건축사회가 쓰여 있고, 배면에는 건축사 OOO’라고 이름이 적혀 있다. 주로에서 뛰고 있는 달림이들에게 건축사를 질리도록 홍보하는 셈이다. 돈 안 들이고 하는 이보다 더 좋은 홍보 수단이 있을까?


2018년에는 창립 후 10년 동안의 기록을 정리해 기념집도 발간했다. 조직을 구성하고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각자의 가치관과 지향점이 다른 사람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동호회가 유지되는 것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꿈을 이루고자 하는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건축사들의 열정, 마라톤으로 하나 되다

함께 달리며 도전하고, 건강과 우정 나눠


사람은 각자 자신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실현하며 삶을 영위해 간다. 건강한 삶은 누구나 염원하는 이상이다.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없듯이, 마라톤도 출발부터 피니시라인을 통과할 때까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42.195km의 긴 여정을 오롯이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한다. 건강한 사람만이 완주할 수 있는 스포츠다.

나도 오래전에 회복이 불투명한 병마로부터 기사회생해 현재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삶에 대한 감사와 애착이 누구보다 강하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은 내가 입버릇처럼 항상 머릿속에서 읊조리는 문구다.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지만, 결국 유한한 일회용 삶을 살아간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나는 습관이 삶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모르게 습관화된 행동과 사고가 내 삶을 지배한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나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를 사랑하면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이 습관화된 채 살아간다. 부정보다는 긍정을 습관으로 만드는 변화가 일어나길 희망한다.

동호회의 여성 회원 중에는 건강이 나빠져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철의 여인으로 환골탈태한 분도 있다. 나 또한 잠자리에 들 때면 다음 날 아침에 어떤 운동을 할지 생각하며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면 어떻게든 실천하려 애쓴다. 이것이 바로 습관의 힘이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21년째, 나는 이런 습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마라톤을 오래하면 무릎 관절이 망가져 고생한다고들 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 아직까지 나는 불편함을 모르고 살고 있으니, 이것이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서울건축사마라톤동호회는 올해 524, 20여 명의 회원이 몽골 울란바토르마라톤대회에 단체로 참가한다. 그동안 쏟아온 마라톤에 대한 열정을 해외까지 넓혀 보고, 자신의 능력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세상은 넓고, 가볼 곳도 많다. 삶이 다할 때까지 열심히 달리며 살아야겠다. 지금 내 나이는 60대 중반이지만, 마라톤동호회 회원들과 함께라면 노년의 삶도 두렵지 않다. 언제나 가까이에 마라톤 회원들이 있을 테니까.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도전하며, 꿈과 열정을 실현하며 살고자 한다. 바람이 있다면, 더 많은 건축사들이 대한건축사마라톤동호회의 깃발 아래 함께 뛰기를 희망한다.

서울시건축사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이 대회 참가 전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건축사마라톤동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