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의 서재_서평】 마음만은 건축주

2025-03-13     서용주 건축사, ㈜종합건축사사무소 도우건축
‘마음만은 건축주’ – 윤우영 건축사 지음, 땅과 공간에 관한 어느 건축사의 이야기. 건축 설계를 하며 겪은 경험과 고민을 담은 책으로, 건축사의 시각에서 바라본 공간과 건축주의 관계를 조명한다. (출판사=이데아)

건축사들은 건축 설계는 예술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예술은 순수해야만 하는 것 아닌가? 건축은 결코 순수하다고 표현하기엔 제약이 많다. 건축주라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인정이나 허락이 있어야 하며, 계약하기 전에 기획 및 계획설계가 필요하기도 하다. 대가를 정하기도 전에 기본적인 답을 제시해야 하며, 건축주들은 이를 가설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수시로 건축사들이 쓴 책을 읽는다. 그들의 생각을 접하며 나의 사고를 확장한다. 우리 업계에는 뛰어난 건축사들이 많으며, 건축을 다양하게 해석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은 나의 스승이자,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는 존재다.


마음만은 건축주는 윤우영 건축사가 쓴 책이다. 땅과 사람,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건축 설계를 하면서 느끼고 체험한 과정을 담고 있다. 내가 경험했던 것과도 비슷해, 건축사의 삶이란 결국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은 예술인가, 계약의 산물인가

건축사의 현실과 고민을 담은 한 권의 책


저자는 작업하며 겪은 생각들을 책에 기록했다. 급격히 늘어나는 건축사와 의무가입 이후 증가한 건축사사무소로 인해 업계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건축사사무소들은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업무 대가에 대한 보수 규정이 없어 설계 단가는 하향 평준화되었고, 기초 작업비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설계 쇼핑을 하는 건축주들로 인해 여러 건축사사무소가 이른바 소신 있는(?)’ 건축주들에게 시달리고 있으며, 저자는 이러한 무보수 설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자신의 생각과 함께 상세히 서술했다.


나쁜 땅이 어딨습니까? 고민하면 좋은 땅이 되는 거죠.” 작가의 긍정적인 사고에서 창작에 대한 태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고민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건축사의 고뇌가 더욱 공감된다.

농민회의 000 생명단지이야기에서는 화가 나기도 한다. 오랜 시간과 고민이 결국 보상 없이 원점으로 돌아간 프로젝트. 이 사례를 통해 건축사가 업무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며, 법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가 생생하게 서술되어 있다. 언제나 정확한 계약을 체결하고, 책임질 건축주를 명확히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어쩌면 건축설계가 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계약을 요구할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건축과가 예술대학이 아닌 공과대학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자본 투자와 완공 이후의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설명하는 대목에서 작가의 직관이 드러난다. 공간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는 정의에도 깊이 공감된다.

새롭게 출발하는 신입 건축사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선배 건축사로서, 이 책을 통해 어떻게 행동하면 대가 없이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