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계공모 과도한 경쟁만이 방법인가
각종 SNS는 알고리즘을 통해 많이 살펴본 관심 분야의 내용을 더 많이 보여주는데, 건축사들의 SNS를 주로 살펴보다 보면 설계공모에 제출한 후 탈락한 작품들이 점점 많이 보이고 있다. 전국 설계공모의 추이를 통계로 살펴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 작품 제출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발주처와 지역, 건축물의 규모 등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제출작이 50작품이 넘는 경우가 자주 찾아진다. 이러한 설계공모에 참여하는 건축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과도한 경쟁에 대한 문제점을 느끼고 있지만 개인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우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통해 개선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누군가는 과도한 경쟁에 의해 설계권을 부여받는 것이 특정 복권 당첨 수준으로 어려워졌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잘못됐다. 적어도 특정 복권은 판매금액 대비 당첨금액이 비례하기 때문에 기대수익이 일정한데, 지금의 설계공모는 참여 업체 수가 10개 이상으로 늘어나면 설계용역비와 보상비는 늘어나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른 예술분야의 작품공모는 탈락해도 출판, 전시, 판매가 가능하지만, 건축 설계공모는 해당 필지에 해당 프로그램을 위해 작성된 내용이기 때문에 탈락하면 그 가치를 잃는다. 창조적인 노동의 가치를 환산하면 수천만 원에 해당할 수 있는데, 적어도 참여자들이 소비한 에너지의 합보다 당선작과 수상작이 생산하는 부가가치의 합이 더 커야 하지 않은가. 그것이 아니라면 함께 죽어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소규모 공공건축까지 일반 설계공모가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해외에서는 제출물이 적거나, 지명 설계공모 방식 또는 2단계 심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성 논란이나 제도 악용 가능성은 있지만, 해외 사례를 참고하며 개선이 필요하다. 일부 건축사들은 과도한 경쟁을 줄이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수십 개 작품이 제출되는데도 인건비를 제외한 경비와 출력비를 자비로 부담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설계공모 방식이 더 좋은 작품을 선정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던 건축사가 일하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 방법인지, 아니면 최고의 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하면 수많은 경쟁을 거쳐 건축사 스스로의 돈과 시간을 사용하다 결국 도태되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어쩌면 지금의 이 방식이 민간에서도 무료로 설계안을 받아보는 것을 당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