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우철 건축사 `“기본과 원칙 준수하며, 사람 중심의 건축 실현이 목표”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설계의도 구현에서 시작 건축사에게 총괄조정 기능 부여해 건축 품질 제고해야 선후배·동료 건축사와의 연대 통해 상호 동반 발전 기대

2025-03-12     박관희 기자

일본에서의 오랜 실무경험 이후 한국에 돌아온 김우철 건축사가 크게 당황스러웠던 점은 바로 건축주와의 끈질긴 상담과 대화를 통해 찾아낸 ‘완성된 그림’이 시공과정에서 변질되어 버리는 작업 환경이었다. 김우철 건축사는 잘 지켜지지 않은 설계의도 구현 제도와 더불어 건축사의 총괄조정자로서 전문성의 인정 등이 아쉽다고 속내를 밝혔다. 사람 냄새가 나는 건축을 하고 싶다는 그를 만나 을사년을 맞는 포부와 중장기 계획을 들어봤다. 

김우철 건축사(사진=김우철 건축사)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개소에 따른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다는 건 단순히 일터를 마련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건축에 대한 생각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새로운 출발인 것이죠. 일본에서 10여 년간 실무를 경험하고, 건축이 단순한 공간 설계가 아니라 사람과 환경을 아우르는 작업이란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사무소를 운영하면서는 건축이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업무를 시작했을 때는 당황스러운 일도 겪었습니다. 시공 중에 설계의도가 변형됐기 때문인데요. 결국 건축사의 역할이 도면작성에 머물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설계의도가 유지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건축사가 건축 전 과정에 긴밀하게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감 건축사사무소는 설계 단계부터 건축주와 협업하며, 시공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합니다. 주택 설계뿐만 아니라 공공건축과 도시재생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원칙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건축이 지속가능하고 사회적 가치를 담아낼 수 있도록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또 입회 후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본과 원칙이 바로 선 건축’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사람 중심의 건축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건축은 사람의 삶을 담아내고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중요한 요소입니다. 건축주는 단순한 의뢰인이 아니라 함께 공간을 만들어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삶이 반영된 공간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패시브하우스와 지속 가능한 건축 프로젝트에 더욱 집중할 계획입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친환경 자재를 적극 활용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축 솔루션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건축에 조경과 생태적 요소를 접목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학원에서 조경을 연구하며,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건축사협회에서는 신진 건축사들이 실무 경험을 쌓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멘토링 프로그램을 확대해 주면 좋겠습니다. 또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공공 프로젝트 기회를 늘려주길 희망합니다. 이를 토대로 건축사가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설계의도를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반영된 단독주택 ‘베짱이의 숨숨집’ 프로젝트 (사진=예감 건축사사무소)

Q. 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설계의도가 시공 과정에서 변질되는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설계와 감리가 엄격히 분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설계의도가 현장에서 관철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감독관과 시공사의 판단이 우선하거나, 시공의 편의성,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원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시공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건축사가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도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건축행정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 실무에 부담이 크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인허가 과정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거나,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유연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사는 도시와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전문가입니다. 따라서 상기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건축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공공건축이나 대형 프로젝트에서 건축사의 의견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합니다. 건축사가 단순히 설계를 수행하는 직군이 아니라,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할 수 있는 전문가로의 지위가 인정된다면 건축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을 테니까요.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앞으로도 건축주와 긴밀히 협력해 ‘사람 중심의 건축’을 실현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건축주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설계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선후배 건축사들과의 교류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축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배우면서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실무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이 결국 건축 환경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건축사는 단순히 멋진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시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 환경을 개선하고,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연구를 건축사들이 꾸준히 해오고 있으니까요. 기본과 원칙을 지키되, 시대의 흐름을 읽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선후배 및 동료 건축사 여러분들과 함께 지속가능하고 의미 있는 건축을 해나가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