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삶] 민간설계 대가기준 법제화에 대한 소고

2025-03-12     이성영 건축사·(유)스페이스모 건축사사무소 (전북특별자치도건축사회)
이성영 건축사(사진=이성영 건축사)

2024년 12월 19일 여야 국회의원 13인이 ‘건축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률안은 건축사법 제19조의 3(공공발주사업 등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을 → (건축사의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으로, 같은 조 ②항 중 “대가기준을 활용하거나 참고할 수 있다”에서 → “건축사의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을 준용(準用)한다”로 개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건축사 업무대가기준을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이다. 2008년 독과점 논란으로 인해 관련 법이 폐지된 지 17년 만이다. 물론 법사위 및 본회의까지 무사 통과되어야 개정이 완료되지만, 그동안 법안 발의조차 무산되어 왔던 것을 생각하면 나름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건축서비스산업의 70∼80%를 민간부문이 차지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법안은 2만 5천여 건축사들에게 매우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2022년 말 기준으로 국세청에 신고된 건축사의 평균 사업소득은 약 4천만 원 수준이다. 그리고 월 200만 원 미만소득의 건축사 수는 해마다 다르지만 평균 20~25% 내외로 4~5명 중 1명 꼴이다. 2023년도 서울시 건축허가 건수가 5천 건 미만이라고 한다. 그런데 건축사는 5천 명을 넘는다. 단순계산으로도 어떤 회사는 1년에 한건의 계약도 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해마다 1천여 명의 신규건축사가 배출된다. 건축서비스산업이 임계점에 도달한 듯하다.

하지만 건축사 과잉배출이라는 문제는 수요와 공급관계를 수치로 명확하게 제시하여 적정선이 어디인가를 특정하기 어렵다. 적정 대가를 받고 일하는 환경과 설계시장의 파이(규모)를 키워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공급감소에 대비하는 것이 나름의 최선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법안은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물론 본격적인 과제는 법개정 이후부터다. 개정이 되었다고 가정할 때, 공사비 700만 원/3.3제곱미터인 330제곱미터(100평) 짜리 근생의 설계비는 3,200만 원(2종 보통 기본 적용)으로 산출된다. 3.3제곱미터당 설계비가 32만 원이다. 민간공사에서 평당 공사비가 예정가격임을 감안했을 때, 건축주가 사후 실질공사비를 적용하여 설계비를 정산하자고 할 수도 있고, 공사비 기준으로 산정 시 같은 면적이다 하더라도 내·외장재 등에 따라 설계비가 달라지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현재 시장가격에서 3~5배 상승하는 설계비를 건축사가 일관성 있게 적용하는 것이다. 기준가격에서 다소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협회에서 제공하는 업무대가 산정양식과 근거법을 모든 건축사사무소가 의무적으로 건축주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비용이 상향되는 만큼 납품도서도 관급설계 기준으로 건축주에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법적 근거를 갖춘 표준화된 설계비가 현실화된다면 높은 설계비를 지불해야 하는 건축주는 더 나은 건축사를 찾으려 노력할 것이고, 건축사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선순환 경쟁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몇십 년 만에 어렵게 발의된 이번 법안이 무사히 통화되기를 바람과 동시에,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를 포기하면서 스스로 자멸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과오를 더 이상은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