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건축사 계약체결의 중요성, 건축설계계약의 성립을 중심으로

2025-03-11     윤성철 변호사·법무법인 로베이스 대표 변호사
윤성철 변호사·법무법인 로베이스 대표 변호사(사진=법무법인 로베이스)

오늘 건축주와 법률 상담을 했다. 전형적인 한국 사회의 불법 설계 및 불법 공사 계약 사례였다. 건축을 전혀 모르는 건축주가 지인 소개를 받아 건축사 자격도 없는 자와 설계 계약을 체결한 후, 더 나아가 공사 계약까지 체결한 것이다. 이후 그 사칭자는 소위 허가방을 운영하는 건축사로부터 면허를 빌리고, 또한 종합건설업을 하는 자로부터 공사 면허까지 빌려 건물을 짓다가 무능한 실력으로 공기를 두 배나 넘겼음에도 기성고를 반밖에 하지 못하고 중단한 안타까운 사안이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의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과거 건축사가 몇 안 되는 귀한 시절인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기에 소위 도장값이라는 명목으로 명의를 빌려주고 인허가를 받는 일부 잘못된 관행이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 것도 원인일 수도 있겠다. 또한, 건축사협회가 이러한 명의 차용자와 대여자를 적극적으로 발본색원하여 건축 문화를 정화해야 한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건축사 자격의 존엄과 자부심을 가지고 전문가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기반이 될 것이라고 본다. , 현행 건축사법이 건축사의 자격과 업무를 규정하여 건축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이러한 입법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건축사의 자격에 관하여 엄격한 요건을 정하며, 이에 따라 건축물의 설계 또는 공사 감리 업무는 건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대법원 9760 판결 등)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건축사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건축사의 자긍심으로 불법 명의대여 근절

건축사 업무 정당한 가치 인정받아야

 

설계 계약, 명시·묵시적 성립 모두 가능

계약서 체결로 권리·의무 명확히 해야


위와 같은 건축 관행에 추가하여, 변호사인 필자의 입장에서 건축사의 설계 용역 제공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계약 체결 여부이다. 내 주변의 착한 건축사님들이 건축주들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하였다. , 설계 계약서 체결도 없이 건축주가 부르면 달려가고, 더 나아가 기획업무를 어쩔 수 없이 도면까지 그려주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건축 문화와 관행에서 전문가의 용역을 존중해야 하며, 건축사 또한 스스로 자신의 일을 존귀하게 여기고 그 용역의 대가를 인정받는 전문가로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법률적으로는 설계 계약이 체결되어야만 건축주의 대금 지급 의무(반대로 건축사의 보수 청구권 발생)가 발생하며, 설계자의 설계 용역 제공 의무가 쌍방에서 발생하게 된다. , 설계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면 설계 용역에 대한 설계 보수 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설계 계약뿐만 아니라 모든 계약이 반드시 문서로 체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계 계약이 문서로 작성되지 않은 구두 계약은 권리와 의무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을 야기할 수 있으며, 나아가 건축사 스스로를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다만, 위와 같이 문서로 설계 계약을 체결하는 소위 명시적 방법이 아니더라도 묵시적설계 계약이 인정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법원 실무 및 일본 판결례에 따르면, 묵시적 설계 계약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고려된다. 첫째, 설계도 작성 및 인도가 이루어졌는지 여부, 둘째, 공사 비용의 견적 의뢰를 받고 이에 따라 설계도가 작성되었는지 여부, 셋째, 설계도와 공사 비용의 견적이 상세하게 작성되었는지 여부, 넷째, 건축주가 수차례 협의를 거쳤거나 설계 변경을 희망하였는지 여부, 다섯째, 건축 허가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였는지 여부, 여섯째, 건축사가 타 점포의 시찰 의뢰를 받았거나 보고서 제출, 조사 입회 등을 수행하였는지 여부. 이와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법원은 묵시적 설계 계약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설사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근거로 묵시적 설계 계약의 성립이 인정되더라도, 설계비의 액수와 지급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결국 명시적 계약 체결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건축사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는 스스로의 용역 제공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계약 체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