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지아쿤(Liu Jiakun), 2025년 프리츠커상 수상

지역성과 공동체 가치 반영한 건축 철학 높이 평가 전통 재료·공법 현대적으로 해석해 지속 가능 건축 구현

2025-03-05     장영호 기자
류지아쿤〔사진=하얏트 재단(The Hyatt Foundation)/프리츠커상(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

리우 지아쿤(劉家琨)2025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프리츠커상 선정위원회는 34일 발표를 통해 리우 지아쿤이 공동체와 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건축 철학을 인정받아 올해의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2012년 왕슈(Wang Shu)에 이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두 번째 중국인으로, 중국 건축의 새로운 흐름을 세계적으로 각인시키게 됐다.

1999Jiakun Architecture’을 설립한 리우 지아쿤은 중국의 역사와 지역성을 반영한 건축을 지속 탐구해왔다. 전통 재료와 공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건축이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잃지 않고 오히려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형태미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대규모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계된 공간을 설계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밀집된 도시 환경에서 공공 공간을 창출하는 방식을 탐색해왔다. 대표작인 서촌(West Village, 2015)’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경사형 보행로를 도입하고, 건물 내부에 문화·체육·상업 공간을 복합적으로 배치해 현대 도시 환경에서 공공성을 실현한 사례다. 이를 통해 그는 도시 밀도를 높이면서도 열린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서촌(West Village) (사진=Chen Chen)
서촌(West Village) (사진=Qian Shen Photography)

리우 지아쿤은 또 건축과 자연의 관계를 고려한 설계를 지속 실천해왔다. 그는 건물을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며, 기존 식생을 보존하고 건축 안팎에 자연 요소를 적극 도입하는 접근법을 활용해왔다. 예를 들어, ‘루예위안 석조 예술박물관(Luyeyuan Stone Sculpture Art Museum, 2002)’에서는 물과 석조 조각을 활용해 전통 중국 정원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또한 이그렛 걸프 습지공원의 란추이 정자(Lancui Pavilion of Egret Gulf Wetland, 2013)’에서는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중국 전통 정자의 형태를 현대적 공간으로 구현했다.

루예위안 석조 예술박물관(Luyeyuan Stone Sculpture Art Museum) (사진=Bi Kejian)

그는 2008년 쓰촨 대지진 이후 폐허에서 나온 잔해를 지역 밀과 섞어 재생 벽돌(Rebirth Bricks)’을 개발했다. 기존의 벽돌보다 내구성이 높고 경제적 효율이 뛰어난 이 벽돌은 수정방 박물관노바티스 빌딩등 여러 프로젝트에 활용됐으며, 단순한 재료 재활용을 넘어 건축이 지역 사회를 치유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심사위원회는 리우 지아쿤은 특정 양식에 얽매이지 않고 프로젝트마다 독창적인 해법을 찾아가는 건축 전략을 구축해왔다도시화가 가속화되는 시대 속에서 그의 작업은 공간의 본질적 가치를 탐색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리우 지아쿤은 제54대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올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공식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된다. 5월에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수상자 강연과 패널 토론이 열리며, ·오프라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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