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 포럼] 목조건축이 화재에 취약한가?

2025-02-25     이재혁 건축사·(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서울특별시건축사회)
이재혁 건축사(사진=이재혁 건축사)

얼마 전 유튜브에서 건축사 몇 분이 모여서 ‘목조주택’과 ‘콘크리트주택’을 비교하며 토론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공사비, 단열, 화재, 하자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그중 ‘목조건축이 화재에 취약한가?’라는 내용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필자는 한때 목조주택 현장에서 사용하고 버려진 스터드를 모아서 캠핑장에서 땔감으로 사용해 본 적이 있다. 건축자재인 스터드는 불이 정말 잘 붙는다. 캠핑장에서 판매되는 땔감은 오랜 시간 불씨를 유지하는 반면 현장에서 가져온 목재는 훨씬 잘 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건조가 잘되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목재로 지어진 건축물은 화재에 정말 취약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화재에 대비하는 것일까? 이번에는 목구조 건축에서는 어떤 원리로 까다로운 건축법과 소방법을 극복하는지 알아보겠다. 

그림1. 화재노출 목재 내부 온도 분포(자료=이재혁 건축사)

목구조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구조 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모든 구조가 마찬가지이다. 한번 화재가 발생한 건축물은 어떤 구조로 지어졌든 재사용은 불가능하다. 철골구조는 열에 약한 금속이기에 내화 페인트나 내화 뿜칠로 화재로부터 건축물을 보호한다.

철근콘크리트구조는 콘크리트로 인해 철근이 직접 열기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주지만 가열된 철근은 원래의 인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심지어 목구조를 이루는 목재는 화기에 노출될 경우 활활 탈 수도 있다. 하지만 목재가 타는 시간은 철이나 알루미늄보다 더 오래 걸린다. 목재가 불이 붙었을 때 타는 부분은 표층이고 내층까지 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것은 목재가 타면서 표층이 숯으로 변하여 탄화층이 형성되는 현상 때문인데, 탄화가 진행되는 속도는 1분간 0.5mm~1.0mm 정도이고 10mm 이상 탄화가 진행되면 탄화 피막이 형성되어 열분해 구간이 생기고 열 침투가 느려져 내부로의 확산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그림2. 탄화피막(자료=이재혁 건축사)

열이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전달되는 정도의 차이를 열전도율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Thermal conductivity, k, λ, κ 로 나타내고 단위로는 W/(m.K)를 사용한다. 단위면적당 열전달 속도라고 하면 좀 쉬워진다. 값이 작으면 열전달 속도가 느린 것이고, 값이 크면 빠른 속도로 열을 전달시킨다는 것이다. 공기의 열전도율은 0.025W/(m.K)로 낮아서 진공단열재가 최고의 단열재로 쓰인다.

건축자재로 사용하는 단열재가 0.021~0.045W/(m.K) 정도이고, 목재는 수종에 따라 다르지만 0.13~0.19W/(m.K) 정도, 철근콘크리트는 2.3W/(m.K) 정도, 알루미늄은 200W/(m.K), 알루미늄 창호로 높은 성능을 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열전도율을 통해 알 수 있다. 목재는 단열재의 성능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열을 전달시키지만 다른 구조재에 비하면 아주 느린 속도이다.

이런 원리 때문에 목조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구조적 성능을 잃고 붕괴되기 전에 충분히 피난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에 따라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내화성능을 탄화층의 두께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열전달 속도가 느린 목재의 특징을 이용한 구조용 집성재의 표준 내화구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