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벽 없는 건축설계를 위해

2025-02-11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배리어프리(Barrier-Free)란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Free Design)’에 관한 보고서에서 유래한 말로, 장애인도 편안하게 이동하고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장벽을 허물자는 개념이다.

최근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아동, 노인, 임산부 등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 누구나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이처럼 모든 이용자가 건축물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려면, 건축을 계획하는 주체인 건축사가 이용자에 대해 충실히 이해하고, 각각의 공간에서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예측해 이를 건축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대부분의 건축 행위에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건축 설계를 진행하고, 이에 대해 협의 또는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률에 명시된 조건들은 모두 거동이 불편한 사람,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 저시력을 가진 사람이 건축물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여러 상황에 맞게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이용자를 위해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을 넘어서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큰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대학교처럼 대지의 규모가 큰 경우, 문제없이 사용되던 학교 캠퍼스에 새로운 건축물을 조성하려면 정문에서부터 이동 경로를 법률에 맞게 공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차원의 협의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건축사들이 BF 예비 인증 단계에서 각각의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설계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법으로 계획할 것을 고수하는 인증 위원도 있다. 여기에 더해, 그 의견대로 수정하지 않으면 인증을 통과시켜 주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건축적 개념이 지켜질 수 없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법의 기준을 넘어서는 의견들이 더해지는 각종 심의와 인증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건축 작품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이 주제는 민감한 이야기이며, 누구나 장애를 가지거나 거동이 불편해질 수 있기에 장벽 없는 건축 설계는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부당하다고 느낀 건축사들도 많지만, 공식적으로 논의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기준을 지키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협의 및 인증 과정이 단순한 지적이 아닌, 건축사와 심의위원이 더 나은 방안을 찾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또한, 해외에서 장애인 편의시설과 건축적 개념이 조화를 이룬 사례들이 연구·적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