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경제 이야기] 비즈니스 전략의 4단계

2025-02-11     김남국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소장)

경영계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단어로 ‘전략’을 빼놓을 수 없다. 너무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당장 전략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쉽게 답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수많은 전략 프레임이 등장했지만 지배적인 툴은 없다고 봐도 될 만큼 전략에 대한 개념이나 방법론은 백가쟁명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제롬 바르텔레미 ESSEC 교수는 창의성에 기반한 4가지 새로운 전략 프레임을 개발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공개했다. 창의성의 수준에 따른 구분이라는 참신한 첩근이어서 실무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창의성이 가장 낮은 전략은 같은 업계에서 검증된 전략을 각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 쉬인은 유니클로, 자라, H&M 같은 패스트패션 업체의 검증된 전략을 활용했다. 하지만 그 강도가 다르다. 기존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주당 500개 정도의 신제품을 내지만, 쉬인은 하루에 1000개의 신상품을 출시하면서도 경쟁자보다 가격은 30% 이상 저렴하다.

둘째는 다른 업계의 전략을 가져오는 것이다. 오프라인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미국 베스트바이는 아마존의 공습에서 살아남은 기업으로 유명하다. 비결은 ‘매장 내 매장(shop in shop)’ 전략이다. 삼성이나 LG 소니 등 북미 시장에서 자체 유통망을 갖고 있지 않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홍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 게 성장의 발판이 됐다. 하지만 이런 매장 내 매장 전략은 가전 유통업계에서는 혁신적인 전략이었지만 백화점에서는 아주 흔한 접근이었다. 다른 업계의 평범한 관행이 혁신의 원천이 된 셈이다.

셋째는 다양한 산업의 전략을 결합하는 것이다. 5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스포티파이는 음원 서비스를 하면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기능을 전면에 도입해 사용자끼리나 아티스트와 소통하거나 재생목록을 지원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런 접근을 통해 사용자들의 공동체 의식이 높아지면서 스포티파이는 탄탄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 과정에서 새로운 접근으로 산업의 혁신을 이끈 스페이스X (사진=pixabay)

넷째는 가장 창의성이 높은 접근으로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만드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대표적이다. 머스크는 당초 중고 로켓을 구매하려 했지만 러시아 판매자들이 너무 비싼 가격을 제시하자 왜 이렇게 로켓 가격이 비싸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가졌다. 로켓의 재료비만 따져보면 전체 가격의 2%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파한 후 머스크는 재료를 구입해 직접 로켓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재사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는 등 전혀 새로운 접근으로 항공우주 산업의 근본적인 혁신을 이뤄냈다.

전략에 대한 이런 접근은 업계 내의 효율성 개선 아이디어에 머물고 있는 경영자의 시선을 확장해 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다른 분야의 업종에서 상식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관행이나 전략이 우리 업계에 적용되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실용적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