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1인 건축사사무소의 도전
부산에서 대학생활 후 원하는 건축사사무소를 다니기 위해 문을 두드리며 서울로 상경했다. 그렇게 첫 스타트를 하고, 어느덧 7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 주변 지인들의 건축사 취득 붐에 편승해 자연스레 30대 중반에 건축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자격 취득 후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든 직장을 떠나 무작정 사무소를 개소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설계문의는 들어오지만 하나같이 설계비에 부담감을 가졌고, 다시 찾지 않는 건축주분들도 상당했다.
이런 일들을 몇 번 경험하니 처음 가졌던 열정이 어느 순간부터는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공허함도 점차 커졌다. 또한 어린 나이 때문에서인지 나이가 드신 건축주분들이 찾아오시면 하대하는 일들도 있어 기분이 좋지 않은 일도 겪어야만 했다.
설계 계약을 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렇게 있다가는 사무실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아 용도변경, 소규모 대수선, 해체감리, 석면감리 등 건축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무엇이든지 하게 되었고, 어느덧 내가 꿈꾸던 건축사가 아닌 생존형 건축사가 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건축사 삶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었던 설계의뢰가 들어오게 되었다. 신축설계가 아닌 리모델링 설계이긴 했지만, 구옥을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다니던 직장에서 배웠던 한옥설계 지식으로 건축주와 함께 재미있게 작업했던 기억이다. 설계기간은 규모에 비하여 오래 걸렸지만 건축주와 소통하는 과정, 내가 설계한 것이 하나하나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설계에 대해 잊고 있었던 신명 나는 느낌을 이 작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해당 리모델링 건 이후 잡지에 건축물이 소개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 이후 금리가 상승하면서 건축 경기침체가 가속화되어 민간 건축공사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민간공사 위주로 했던 필자에게는 큰 직격타였다.
몇 년 동안 민간 쪽 일이 없어 설계공모에 대하여 관심을 돌릴 때쯤 다른 1인 건축사사무소 건축사님이 설계공모를 같이 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오게 된다. 혼자서 하기 힘든 설계공모였기 때문에 1인 건축사사무소들끼리 모여 일을 분담해 진행했다. 흔히 말하는 CO-WORK 시스템이 갖춰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등수 안에도 들기 힘들었지만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니 어느덧 좋은 결과도 낼 수 있었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으니 좋은 기회가 찾아오게 되었고, 또 뜻하지 않은 결과들을 낼 수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생존을 위한 건축을 하고 있지만 나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 과정들이 모여 시간이 흐르면 내가 꿈꾸던 건축사로 한발 더 다가가고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