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그 후] 허만수 건축사(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2024 광주광역시 건축상 주거부문 우수상 ‘장덕동 1231’

호남 대표 계획도시 광주 수완지구에 위치 화려함의 경쟁 피하고, 고유한 개성 담아 허만수 건축사 “기본 도형 활용해 단정함 구현”

2025-02-06     서정필 기자

해마다 전국에서 새롭게 지어진 건축물 가운데 우수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당시 건축 문화를 선도하며 심사위원들의 감탄을 자아낸 건축물들은 지금도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을 다시 찾아가 현재 모습을 조명하고, 설계를 맡은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2024년 광주광역시 건축상 주거 부문 우수상 수상작 장덕동 1231(허만수 건축사, 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이다.

2024 광주광역시 건축상 주거부문 우수상 ‘장덕동 1231’(설계=허만수 건축사·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사진=김용성)

일사불란(一絲不亂) 한 올의 실도 엉키지 않음을 뜻하며, 질서나 체계가 잘 잡혀 있어 조금도 흐트러지거나 어지러운 데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주거 형태는 오랫동안 이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 서울 주변부의 단독주택부터 198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확산된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획일적인 형태와 질서를 유지해 왔다. 마치 교복처럼 집의 형태도 일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별적인 특색을 지닌 주거 공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지역의 단독주택 단지처럼 보금자리라는 공통된 개념 아래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는 주택들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2024년 광주광역시 건축상 주거 부문 우수상 수상작 장덕동 1231(허만수 건축사, 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도 이러한 매력을 지닌 단독주택 중 하나다. 이 건축물이 자리한 장덕동 주택단지는 광주광역시 수완지구 내에 위치한다. 수완지구는 광주뿐만 아니라 호남 지역 전체에서도 주요한 계획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2024 광주광역시 건축상 주거부문 우수상 ‘장덕동 1231’(설계=허만수 건축사·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사진=김용성)

제각각 돋보이는구나!”
설계를 앞두고 처음 대지를 마주한 허만수 건축사가 내뱉은 말이다. 그는 주변 주택들의 화려함에 대응할 새로운 건축물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존 주택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밀리지 않는 화려함을 구현하는 방향을 고려했다.

그러나 깊은 고민 끝에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허만수 건축사가 찾은 답은 모두가 화려할 때, 우리답게 단정하자였다. 그렇게 탄생한 건축물이 바로 장덕동 1231이다.

단정하면서도 명확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공간의 역할에 따라 구획한 뒤 이를 조합하고, 기본 도형을 활용해 매스를 구성했다. 형태는 단순화하되, 꼭 필요한 곳에 공간을 배치해 깊이감을 더했다.

다음은 화려함 속에서도 단정한 아름다움으로 주목받는 장덕동 1231의 설계를 맡은 허만수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2024 광주광역시 건축상 주거부문 우수상 ‘장덕동 1231’(설계=허만수 건축사·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사진=김용성)

허만수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허만수 건축사(사진=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본 계획의 대상지인 장덕동 주택단지는 광주광역시 수완지구 내에 위치합니다. 수완지구는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계획도시로, 풍부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습니다. 장덕동 주택단지 역시 이 수완지구에 속하며, 해당 대지에는 주택만 건축할 수 있습니다.

처음 대지를 방문했을 때 마주한 주택들은 저마다 개성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제각각 돋보이는구나!”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모두 공을 들여 화려하게 조성된 모습이었고, 이에 대응할 방법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대지 주변의 주택들은 다양한 재료와 다채로운 매스 형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고민은 주변보다 더 화려해질 수 있을까? 이 흐름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였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러한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결국 찾은 답은 모두가 화려할 때, 우리만의 방식으로 단정해지자였습니다.

단순하지만 단정하고, 분명한 형태와 이미지를 갖춘 건축이라는 방향을 설정한 후, 본격적인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먼저, 단정하고 명확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건축과 공간의 기능에 맞게 공간을 분류하고 조합한 후, 기본 도형을 활용해 매스의 형태를 구성했습니다. 기본 도형으로 이뤄진 건축물은 외관의 단정함을 유지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실내 공간 활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단정함을 강조하기 위해 매스를 단순화했지만, 꼭 필요한 곳에는 빈 공간을 두어 깊이감을 형성했습니다. 공간 또한 기본 도형을 활용해 계획했으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그림자가 입면에 농담을 더해 단조로울 수 있는 디자인적 한계를 보완했습니다.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다행히 건축주께서 저희 설계를 마음에 들어 하셔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신뢰해 주신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습니다.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형태와 재료는 단순함을 추구하며,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건축의 기본기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장덕동 주택 역시 형태와 재료를 단순화하고, 기본 건축 재료인 벽돌을 활용해 계획함으로써 주변 건축물과 차별화된, 단순하면서도 눈에 띄는 건축물을 완성했습니다.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광주광역시 건축상 수상은 이번이 네 번째로, 매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역 건축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개인을 위한 작업도 흥미롭고 창의적으로 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공공 프로젝트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교실 리모델링을 진행했는데, 인테리어에 가까운 작업이었지만 공공 프로젝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