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 저작권 귀속 등 건축저작권 문제 관심과 개선 노력 필요”
대한건축학회, AIK 월례 세미나서 건축저작권·건축서비스산업 활성화 논의 2009년 공정위 시정 조치에도 불구 일부 지자체 공모지침서 저작권·소유권 귀속 과업지시서·공모지침서 간 내용 불일치 “정부 차원 표준 지침 개발·보급 시급”
건축저작권에 대한 실효성과 주요 쟁점사항을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건축서비스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대한건축학회는 1월 23일 ‘건축 저작권과 건축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연구’라는 주제로 제25회 AIK 월례 세미나를 열었다. 서울시 서초구 소재 건축센터 6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이날 세미나는 대구대 최진원 교수의 ‘건축저작물의 보호와 저작권 실무’, 경기도청 권순식 사무관의 ‘건축저작권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한 강연과 건축저작권에 대한 다양한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모든 건축물이 저작권을 가지는가? 비슷하면 침해인가?’와 같은 저작권의 쟁점을 화두로 던진 최진원 교수는 저작물성을 인정한 판례인 ‘유럽형 타운하우스’와 ‘커피숍 테라로사’ 건을 근거로 설계자(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 창조적 개성 등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 사례를 제시했다.
테라로사의 경우 본지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진 건축저작권 인정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경남 사천시 해안 관광로에 위치한 한 건물이 강릉 테라로사 건물 디자인을 모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테라로사 건물은 슬래브의 돌출정도와 마감 각도, 외벽과 지붕 슬래브가 이어져 1층,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 등 여러 특징이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재판부가 판결한 내용이다.
다만, 최 교수는 건축저작물이 보호되고 나면 사후 70년까지 권리를 가지게 돼 후배 건축사들이 디자인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하며, “미국의 경우 건축저작물은 종합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디자인 내의 공간과 요소의 배열 및 구성을 포함하지만 개개의 표준적인 속성은 포함하지 않는다”며 표준속성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실을 밝혔다.
아울러 최진원 교수는 “저작권은 독점과 공유의 균형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며 “만약 건축사 여러분들이 저작권 관련 보호를 받을 일이 생긴다면 첫 번째 저작권법으로, 두 번째는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마지막으로 민법상 불법행위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으니 잘 기억해 주길 바라고, 또한 건축저작권에 대한 연구성과(가이드라인)를 곧 공개하게 되는데 이 역시 참조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경기도 건설정책과 권순식 사무관은 2007년 대한건축사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입상작들의 저작권이 발주기관에 귀속된다는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심사를 청구해 2009년 약관이 시정된 사례를 언급했다.
해당 약관 조항은 발주기관이 설계자의 저작권을 일방적으로 양도받는 조항으로 양도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설계자에게 불리한 조항이다. 때문에 권순식 사무관은 발주기관은 당선작에 대해 저작권 1회 이용허락권, 전체 입상작에 대한 당해 설계공모 관련 전시·출판에 사용할 수 있는 권한만 부여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 사무관은 지자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축설계공모 과정에서 저작권 귀속사례와 공모지침서와 과업지시서의 불일치 등 설계자의 저작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청북도 00시의 경우 공모지침서에 ‘입상작 및 당선작의 저작권 및 사용권 등 법적 소유권은 발주기관에 귀속한다’라는 내용이 버젓이 등장한다고 소개했으며, 공모지침서에는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설계자에게 있다’고 밝혔지만, 과업지시서에서 ‘저작권은 본 용역이 만료된 날부터 발주기관의 소유이나 설계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는 인정되어질 것이다’라는 식의 내용이 불일치하는 사례도 조사됐다.
특히, 경기도 00시의 경우 비입상작에 대해서도 (동의를 얻어) 아이디어 일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해당 지침서를 본 권 사무관은 내용을 접하고 참담하고 부끄러웠다고 표현했다.
권순식 사무관은 “설계지침서, 과업지시서 등의 돌려쓰기나 짜깁기가 만연함에도 정작 저작권이나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정부에서 표준안을 제시해 주고, 지자체에서 원하는 내용이나 일부분을 수정하게끔 개발·보급하는 것이 제도 개선을 위해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