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건축사의 이름은 홍보수단, 국내건축사의 이름은 뒷전?
얼마 전 한강 주변 땅의 재개발 사업이 시공사를 결정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국내 1, 2위 건설사의 경쟁이어서 미리 홍보관을 짓고 오랜 시간 동안 적극적인 경쟁이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특이점은 해외 유명 건축사사무소의 디자인임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었는데, 국내 건축사사무소의 이름은 수십 개 뉴스 기사를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해외 건축사사무소가 모든 설계 과정을 전담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모습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가장 큰 이유는 주거 목적의 건축물이 건축사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인식보다 부동산으로서의 가치를 훨씬 크게 인식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시공사의 브랜드 이름에 따라 집이 거래되는 가격이 유의미하게 달라지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에 설계자의 이름을 내세우는 아파트는 거의 없지만, 유명 건설사의 이름은 항상 앞에 붙여서 부르거나 이미 브랜드 이름이 건설사를 표현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또 다른 이유로는 아파트를 설계한 건축사사무소의 이름이 표기될 경우, 다양한 하자에 대해 설계자에게 민원이 제기되거나 각종 생활 불편에 대한 불만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왜 아파트 설계자는 자신의 이름을 표기하기 위해 적극적인 요청을 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오히려 이러한 이유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지막으로는 해외 건축사의 이름은 패션업에 비유하면 해외 명품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국내 건축사의 이름은 그에 비해 유명하지 않은 국내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인식에 있다. 자유시장 경제 속에서 더 유명한 이름을 앞세워 홍보하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국내 건축사가 없으면 진행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건설사 이름만, 혹은 해외 건축사가 설계했다는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많은 고급 공동주택을 홍보하는 미디어 기사에는 해외 건축사의 이름만 표기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되었지만, 법적으로 준공 표지판에 설계자의 이름을 표기하는 것을 넘어 건축 저작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미 이미지와 음악 음원의 저작권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지만, 국내 건축물 소개에서 건축사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특정 업체 홍보에 불과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설계자가 자신의 이름 표기를 원치 않는 경우도 있지만, 건축에 주안점을 둔 경우 설계자의 이름을 함께 표기해야 한다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