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림건축과 생각지대의 답;사이트 2기, 북항마리나 답사…“모두를 위한 해양 공원, 공간이 전하는 가치 배워”

사람·지역·문화 잇는 건축 작업, 그리고 설계 과정 고민과 공공성 가치 체험해

2025-01-17     장영호 기자

부산 북항마리나는 도시와 바다를 잇는 공공 공간으로 설계됐다. 정림건축과 생각지대가 공동 주최한 답;사이트 2기 프로그램은 건축학도들이 설계 과정의 고민과 해법을 탐구하고, 공간의 공공성과 활용 가능성을 경험하며 배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설계자가 마주했던 현실적인 문제들과 그것을 해결하며 만들어진 공간의 이야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북항마리나 답사 중인 학생들이 북항마리나를 향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1월 16일 이른 아침, 전국 각지에서 모인 40명의 건축학도가 부산항 북항마리나에 집결했다. 정림건축과 생각지대가 공동 주최한 답;사이트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설계에 참여한 건축사와 함께 공간을 깊이 탐구하고, 건축적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생각지대 운영진은 각기 다른 대학교의 학생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그램이 특별했다저학년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유연한 생각들과 고학년 학생들의 심도 있는 분석이 어우러져 풍성한 논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워크숍을 통해 북항마리나의 내외부 공유 공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었던 점이 매우 의미 있었다고 덧붙였다.

부산 바다에서 바라본 북항마리나 건물, 도시와 해양을 잇는 독특한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이날 답사 도슨트로 나선 정림건축 밸류애드 BU의 박재완 건축사(프랑스 건축사), 천지혜 건축사(미국 친환경인정기술사)는 설계 과정에서의 경험과 고민을 학생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도슨트 정림건축의 박재완 건축사가 북항마리나 설계 과정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박재완 건축사는 북항마리나는 바로 옆에 위치한 부산 오페라하우스와의 관계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 되도록 설계됐다. 오페라하우스는 도시의 무대, 북항마리나는 그 관객석으로 기능하도록 계획했으며, 서로 경쟁하지 않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안선의 제한된 접근성을 극복하기 위해 호안(quayside)을 연장하고, 테라스를 활용한 공공 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공간이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천지혜 건축사가 북항마리나 설계 과정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천지혜 건축사는 현장에서 발생한 돌발 상황들을 해결하며 설계를 구체화하고, 공간의 의미를 실현시키는 과정을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밝히며, 부산의 해안선 중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구간은 약 1%에 불과하다. 북항마리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해안선을 시민들에게 돌려준 첫 번째 해양 공원으로 자리 잡기를 바랐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오페라하우스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테라스 형식을 적용하고, 호안의 길이를 연장해 바다를 향한 열린 공간을 설계한 점이 이 프로젝트의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부산항 북항마리나 전경(사진=윤준환)

부산항 북항마리나는 해양 레저와 시민의 일상적 접근성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설계된 공공 시설이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상업시설을 제한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공공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설계팀은 지그재그 형태의 공공 동선을 활용해 시민들이 오페라하우스를 조망하며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박재완 건축사는 오페라하우스의 맥락을 반영해 북항마리나의 테라스를 설계했고, 이를 통해 도시와 건축물이 경쟁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완성했다. 공공성과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설계한 결과, 북항마리나는 단순히 디자인적 요소를 넘어선 실용적인 공간으로 완성됐다. 해양과 도시의 연결성을 고려한 이러한 시도는 향후 도시 설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은 설계와 공간 활용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한 참가자는 현장에서 설계와 실제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며, 건축이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다양한 관점들이 결합될 때 건축적 발상이 더 큰 가능성을 갖춘다는 것을 깨달았다앞으로 팀 프로젝트를 늘리고, 주변의 다양한 의견에 더 귀 기울이며 설계 작업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정림건축과 생각지대는 앞으로도 답;사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학도들에게 실무 중심의 배움과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정림건축과 생각지대가 함께한 답;사이트 2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건축학도들이 부산 북항마리나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