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훼손사건에 대한 건축사의 소고’ 세미나…“한 번 훼손된 국가유산 복구 어려워, 방지 대책 필요” 목소리
서울건축포럼, 국가유산 보존 방안 등 의견 나눠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병산서원 KBS 드라마 촬영 중 만대루에 못질 논란 “개방·활용 중요하나, 훼손 방지 제도 마련돼야”
지난해 12월 30일, KBS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병산서원의 만대루 기둥 상단에 소품을 설치하기 위해 못질을 해 국가유산을 훼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다. 병산서원은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적 제260호로, 성리학적 정신을 담아 조선 시대에 건립된 대표적인 서원이다. 이번 사건은 국가유산 관리의 부실과 활용 과정에서의 문제를 드러내며, 건축계와 국가유산 전문가들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단법인 서울건축포럼은 ‘병산서원 훼손사건에 대한 건축사의 소고’를 주제로 지난 1월 10일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병산서원 훼손 문제를 처음 제기한 민서홍 건축사(주.엠엠케이엠 건축사사무소)를 비롯해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윤지희라 홍익대학교 교수, 함인선 한양대학교 특임교수, 박성준 서울특별시건축사회 회장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세미나는 민서홍 건축사가 병산서원 훼손을 목격한 당시 상황과 이후 대응 과정을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김봉렬 명예교수는 병산서원의 성리학적 원리와 문화유산적 가치를 설명하며, “국가유산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희라 교수는 “목조건물뿐 아니라 석조건물 역시 훼손에 취약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국가유산 개방이 필요하더라도 이번 사건과 같은 사례를 예방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인선 교수는 “건축 전문가들이 문화유산 훼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점은 건축사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보여준다”며 “한 번 훼손된 국가유산은 복원이 어려운 만큼,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강력한 처벌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회장은 “국가유산은 보존뿐만 아니라 활용의 측면에서도 큰 가치를 지닌다”면서도, “이번 사례처럼 국가유산이 단순한 세트장처럼 사용된 점은 유감이다. 앞으로는 건축 전문가의 의견과 심의 과정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병산서원 사건뿐 아니라 다른 국가유산 훼손 사례와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국가유산 보존과 활용의 균형을 찾기 위해 건축 전문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