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지속가능한 ‘서울건축선언’에 기대하며
서울시가 지속가능한 건축을 선언했다. 시는 지난 8월 20일 1개의 전문, 10개의 조문으로 이루어진 ‘서울건축선언’을 선포했다. 선언에는 서울이 가진 역사, 생태, 민주적인 정체성은 물론이고 그동안의 서울건축에 대한 반성도 담겼다. 조문에는 공공성, 공동성, 안전성, 지속성, 자생력, 역사성, 보편성, 창의성, 협력성, 거버넌스 등 세부가치 및 실천방향 10가지가 담겼다. 시는 건축정책위원회 활동강화, 건축심의 기준 반영, 공공건축가 운영활성화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민간건축은 시민들의 의식변화와 적극적인 참여가 핵심인 만큼 ‘좋은 건축은 결국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공감 아래 건축선언의 정신과 가치가 충분히 알려질 수 있도록 홍보와 전파에 매진하고 이의 일환으로 건축학교 운영 등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의 이 같은 ‘서울건축선언’은 정말로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으며 현재까지 운영 중인 제도도 있다. 서울시가 정말로 유럽의 도시건축물처럼 역사성이 있고 관광상품이 되는 서울의 정체성이 담긴 건축을 만들 수 있을까? 정말로 기대해 본다. 과거처럼 각종 디자인 가이드라인이나 만들어 놓고 ‘이것하면 안 되고, 저것하면 안 되고’ 등과는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디자인은 규제가 없는 환경에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지구단위계획(20년이 지난 비효율적인 규제)을 보면 외관 및 색채에 대한 각종 규제가 있다. 그리고 서울시 경관설계심의 규정도 있다. 이번에 서울건축선언을 하면서 또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시는 서울건축선언을 통해 지구단위계획, 공동주택 디자인 가이드라인, 경관설계지침, 구청의 디자인자문 심의, 건축계획심의 등을 대폭 정리해서 한번에 멋지고 창의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각종 디자인 관련 규정들을 정리해서, 오로지 건축사는 서울시의 서울건축선언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최첨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집이나 건물을 지어주는 설계사로 인식하고 있는 대다수의 시민들을 건축학교를 운영해서 좋은 건축주로 변화시켜 준다는 점은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 건축사들이 좋은 건축주를 만나지 못해서 좋은 건축물을 설계하지 못한 것일까? 이는 투기나 성장위주의 개발논리에 의해 건축사들이 제대로 된 건축물을 설계하지 못하는 현실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서울건축선언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건축물들부터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
지금도 무더운 더위에 눈치 보며 냉방기 하나 가동 못 하는 각 구청 신청사를 보면 측은지심이 든다. 좋은 공공건축물을 먼저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하면서 저예산에 구속받지 않고 경제성과 공공성, 지속성 있는 건축물을 완성해서 시민들에게 보여 주면 그것이 교육이요, 의식의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서울건축선언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