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대가기준 정상화 통해 웃을 일 많기를...

2024-12-26     이정연 건축사 · 종합건축사사무소 리우 (충청남도건축사회)
이정연 건축사(사진=이정연 건축사)

건축사는 참 많은 일을 겪는 직업 같다. 건축주의 성향과 직업적 특색도 알아야 한다. 언젠가 어느 선배가 이야기하길, 건축사는 갑·을·병·정 중 아니 더 뒤에 Z라고... 처음에는 웃어넘겼는데 일을 몇 년 해보니깐 씁쓸한 웃음만 나온다. 

건축경기가 급격히 나빠진 코로나19를 지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기는 점점 더 악화되면서 속이 타들어간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떻게든 버텨보려 하지만 설계비 앞에서는 장사 없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수차례 상담을 진행한다. 건축주가 말도 안 되는 조항을 적어서 제시한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권리를 찾으려 애를 쓰지만 돌아오는 건 허공의 메아리뿐이다. 어느 날 우연히 현장을 지나가다 보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건축주는 필자가 설계했던 작품을 사진 찍어서 온갖 칭찬을 했던 사람 아니었나? 정성보다 설계비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상담 시 상담비를 요청하면 난색을 표현하는 건축주가 대다수이다. 물론 올사람은 온다고도 할 수 있다. 어려운 시국에 하나라도 더 해봐야지 하는 마음을 역 이용하는 걸까 생각이 들곤 한다. 소규모 프로젝트든 대규모 프로젝트이던지 소중한 마음에 일을 하지만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렇게 매너리즘과 번아웃에 빠져든다.

불경기와 높은 금리 등 민간 업무가 줄어들고 보니 대가기준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저렴한 설계비를 찾는 건축주의 인식도 한몫하지만 우리 스스로 낮은 대가에 종속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든다.

많은 건축사가 배출이 된다는 건 기술력이 높아지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과다 경쟁으로 인한 시장경제의 낮은 대가가 형성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건축사의 설계비는 시장경제의 논리가 아닌 창조의 대가이다. 건축에 대한 인식의 변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수도권 건축사사무소는 아니겠지만 대전·충남을 예로 들면 건축 인허가를 득한 후 착공 및 사용승인 업무도 대행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법적 시스템에서는 건축신고 및 건축 허가까지이며 착공신고나 사용승인의 주최자는 건축주 혹은 감리자, 시공자이므로 착공 및 사용승인의 대가 현실화도 필요하다.

대한건축사협회는 대중들의 인식전환을 위해 힘을 써야 하고, 부도덕한 업체들에 대한 사전계도 및 처벌에 앞장서야 건축사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부조리신고센터에 신고를 해도 건축사가 직접적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답변을 하는데 최소한의 건축사 권리 보장을 위해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