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경제이야기] 긱 워커도 동기부여에 의해 수익과 업무 몰입도 달라져
정규 고용계약을 맺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용역을 제공하는 소위 ‘긱 워커(geek worker)’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차량을 가진 누구라도 우버 같은 플랫폼을 통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이는 대표적인 ‘긱 이코노미(geek economy)’의 사례로 볼 수 있다.
긱 워커가 늘어나면서 노동 유연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임금 차별이나 고용 불안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우버 같은 알고리즘에 의해 차별을 당하거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란 공포감을 갖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긱 워커는 전 세계 노동시장의 12%, 미국에서는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국 와튼경영대학원 린지 캐머런 교수는 긱 워커들의 늘어나고 있는 이유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긱 워커들이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직접 우버 운전자로 활동하고 수많은 운전자를 인터뷰했다. 연구 결과, 긱 워커를 움직이게 하는 두 가지 동인을 찾아냈다.
캐머런 교수가 밝힌 첫 번째 동인은 ‘미세 선택(micro choices)’이다. 알고리즘의 영향력이 크지만 우버 운전자들은 일부 사소한 이슈에 대해서는 스스로 선택권을 행사하며 자율성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버에는 운전자가 근무 시간이나 장소 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어떤 운전자는 더 비싼 요금을 특정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반면, 어떤 운전자는 이런 지역이 교통 체증이 많다는 이유로 요금이 낮지만 한적한 곳에서 주로 운전을 한다. 또 승객의 기분이 좋지 않아 나쁜 평점을 남길 것 같으면 도착 직전에 승차를 취소해서 운임을 대부분 받지만 고객이 평가를 남기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두 번째 동인은 ‘직장 게임(workplace game)’이다. 우버 내에서 일종의 게임 같은 상황이 벌어져 누군가는 더 높은 지위를 갖게 되고, 누군가는 더 낮은 지위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일부 운전자는 고객들에게 더 높은 평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평점이 높아지면 배차 등에서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된다. 차가 깨끗하고 운전자와의 대화가 즐거웠다는 식의 긍정적 리뷰나 평점이 높아질수록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 같은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운전자들은 평점 극대화보다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한다. 수익을 추구하는 운전자들은 고객들에게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목적지를 가는 도중에 테이크아웃 식당을 잠깐 들르게 해달라는 요구도 거절하곤 한다. 또 대규모 행사가 있는 경우 해당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공항 이동 같은 장거리 운송수요가 많이 발행하는 지역을 찾아내 아침부터 돌아다니기도 한다. 결국 게임에서 성취감을 갖는 것과 비슷한 만족감을 얻게 된다.
캐머런 교수의 연구는 긱 워커를 위한 플랫폼 뿐만 아니라 종업원의 동기부여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수많은 조직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대부분 조직에서 직급이 낮아질수록 권한이 적어진다. 하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제한된 범위의 자율권을 부여하면 몰입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또 조직원들의 가치나 성향을 반영하는 다양한 경로의 성취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나의 성취 경로만 있으면 이 경로에 적합한 직원 외에 다른 구성원들은 업무에 몰입하기 힘들다. 다양한 경로를 구축하면서 게임처럼 여러 단계를 설정해놓으면 단계가 높아질 때마다 구성원들의 몰입과 헌신을 유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