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 규제 증가로 업무 부담 증가와 대가 부족 문제 심각”

건축학회, 건축통합설계로 건축물 안전성과 산업 발전 논의 포럼 개최 ‘설계도서 작성 기준 일부 개정 고시안’ 행정예고에 따른 개선 방향 모색 “건축사사무소 업무 부담 해소와 적정 대가 체계 마련 시급”

2024-11-26     박관희 기자
11월 25일 서울 서초구 건축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건축통합설계에 따른 건축물의 안전성 확보와 건축산업의 발전 방향 포럼’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도입된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각종 규제(심의·인증) 증가로 인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설계자인 건축사의 업무량과 설계 기간, 행정 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설계비 요율 개정 의지가 부족해 전문 인력의 이탈과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다.

인천대학교 이금진 교수는 대한건축학회가 주최한 ‘건축통합설계에 따른 건축물의 안전성 확보와 건축산업의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건축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미래 건축설계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이금진 교수는 “홍콩 영화배우 주윤발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유에 있다’며, ‘소재가 다양하고 창작의 자유도가 높다’고 말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러한 성과는 영화계에서 오랜 규제였던 사전 심의를 과감히 폐지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규제의 홍수 속에 놓인 건축업계와 대조적”이라고 현재 건축계의 현실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또한 “제도 개선으로 인해 건축사의 총괄 업무 부담은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상응하는 대가가 부족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예로 들며, “센터에는 건축사만 배치되고 건축구조기술사 등 구조 전문가가 전무하며, 지원 체계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금과 처우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건축사만 근무하는 현 상황은 건축업계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11월 25일 서울 서초구 건축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정부의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 기준 일부 개정 고시안’ 행정예고에 따라, 건축통합설계 시스템과 적정 설계 대가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설계 분야의 이금진 교수(인천대학교)를 비롯해 구조 분야의 주영규 교수(고려대학교), 시공 분야의 이동은 교수(경북대학교)가 주제 발표를 맡았다. 이후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한국CM협회 관계자들이 참여해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인천대학교 이금진 교수가 11월 25일 서울 서초구 건축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건축통합설계에 따른 건축물의 안전성 확보와 건축산업의 발전 방향 포럼’에서 건축물 안전성 확보와 설계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구조 분야의 개선점을 중심으로 발표한 주영규 교수는 “특히 건축산업에서 구조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하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의대를 선택하는 이유는 결국 대가의 문제 때문”이라며 “건축 산업에서도 대가 체계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조 분야의 교육은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건축사협회 유준호 부회장은 “현재 모든 책임이 건축사에게 전가되는 상황에서, 구조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도서의 구조 계산서와 도서 간 일치 여부를 최종 확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러한 제도를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건축물을 완성체로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조정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반영한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 현재 이러한 업무를 건축사사무소가 수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면 구조기술사의 처우 개선은 물론, 건축사의 총괄 업무 수행도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CM 분야를 대표해 참여한 강병일 전무(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는 설계도서의 작성 목적에 대해 화두를 던지며, 자체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전수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설계자, 시공자, 건설사업관리자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구조 도면을 보다 친절하게 작성하고, 도면 표기를 표준 사례를 검토해 진행하면 이해도를 높이고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건축가협회 윤정현 이사는 “건축산업진흥원의 설립을 통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제도와 규정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김태진 부회장은 “산업이 경제성을 추구하는 가운데 구조 안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구조 분야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