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건축의 예산과 용역기간 제대로 산정돼야

2024-11-26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건축문화가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건축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점차 개선되고 있고, 매년 우수한 작품들이 발표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건축사의 의도가 온전히 반영된 공공건축물을 자주 접하기는 어렵다.

발주처와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정해진 예산을 맞추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건축사의 의도만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 또한, 공공건축 담당자가 일정 기간 후 부서를 이동하거나, 지자체장이 교체되면서 건축 계획이 영향을 받는 경우, 설계자가 설계 의도를 충분히 구현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등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다.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접하거나 디자인과 재질이 우수한 명품을 살펴보게 되면, 물건 하나를 구매할 때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으로 결정하지 않고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건축 역시 마찬가지다. 기능에 충실한 공간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재료를 사용해 디테일을 구현하고, 공간감이 뛰어난 건축물을 많이 경험한 사람은 더욱 훌륭한 건축공간을 기대하게 된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건축에 대해 알고 경험할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 직접 그 공간을 찾아 경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책이나 영상 등을 통해 우수한 건축물이 소개되고, TV와 인터넷 영상에도 자주 등장해야 한다. 발주처와 사용자 또한 더 나은 공공건축을 기획하고 요구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예산은 기존 건축물과 그 공사비를 근거로 책정된다. 그러나 재료비와 인건비 단가가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며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 기록을 기반으로 한 예산은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예산으로 건축물이 과거보다 우수해질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예산 책정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구와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설계 과정에서는 심의와 인증 절차가 계속 추가되고 복잡해지고 있지만, 설계 용역 기간은 여전히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부족한 기간을 보완하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며, 명확하게 추가 업무가 발생했음에도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건축이 아직 세계적인 건축상을 수상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기에 앞서, 먼저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지속적인 논의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일부 민간 건축물이 공공건축보다 우수한 사례도 있지만, 공공건축은 전체 민간 건축을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공건축의 개선점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