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설계공모 지침, 건축사에 책임 전가 ‘독소조항’

서울시 교육청, 설계공모 지침 변경하며 특수계약조건 추가 공모안 예산 초과 시 계약 해지 가능 설계비 반환, 설계 권리 상실 규정 포함 설계자 책임 과도 부각, 불공정 논란 확산 적정 사업비 미산정, 설계비 반환 등 책임 전가 비판 “공공건축 발주 구조와 책임 배분 재검토 시급”

2024-11-22     장영호 기자

서울시 교육청이 최근 변경한 설계공모 지침의 특수계약조건이 설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공모 당선자가 설계안을 제출한 이후에도 예산 초과나 기술적 문제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발주기관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지급된 설계비를 설계자가 반환해야 한다. 관계자들은 이 조항을 독소조항으로 지적하며, 교육청이 사업 실패의 모든 책임을 설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조항은 당선자의 귀책 사유로 인해 예정공사비를 초과하거나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설계 변경을 요구하며, 이를 따르지 않거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설계자는 기본 및 실시설계 권리를 상실하며, 이미 지급된 설계비를 반환해야 한다. 발주기관은 차순위 당선작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장 건축사들은 이 조항이 설계자의 책임을 과도하게 부각시키며 불공정한 구조를 초래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특히, 적정한 사업비 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자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설계자는 주어진 사업비 내에서 최선을 다하더라도 기술적 한계나 예산 부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설계비까지 반환해야 한다는 것은 과도한 책임 전가라고 한 건축사는 지적했다.

교육청은 이와 같은 지침 변경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안전과 공공건축지원센터 관계자는 해당 지침에 대한 민원이 많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공공건축 발주와 설계자의 책임 간 균형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강남의 김태영 변호사는 공공기관과 설계자의 발주 과정에서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당 조항은 설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해 발주 과정의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