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교육원, 서울북가좌초등학교 재학생 대상으로 ‘슬기로운 건축생활’ 교육 실시
국토부·건축공간연구원, 늘봄학교 운영으로 건축 인식 높여 학생 눈높이에 맞춘 교육·홍보, 건축사와 건축 이해 기회로 생업 잠시 잊고 초등학생 또래 자녀 둔 건축사들, 일일 교사로 나서
건축사들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일일 교사가 되어 80여 분의 수업을 진행했다. 이들이 지도한 과정은 건축 교육 콘텐츠로, 참여 건축사들 역시 초등학교 또래 자녀를 둔 학부모이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교육원은 10월 14일 서울북가좌초등학교(교장 김이태)에서 늘봄학교 ‘슬기로운 건축생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협회는 늘봄학교 추진 발표(’24.2월)에 따라 국토교통부 및 건축공간연구원이 실시하고 있는 ‘2024 늘봄학교 건축분야 콘텐츠 개발’과 관련해 프로그램 협력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건축산업은 일상공간을 구체화하는 핵심 분야지만, 국민들이나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건축 교육 콘텐츠와 교육 전문가는 부족한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는 건축분야 인식제고를 위해 늘봄교육 콘텐츠를 도입하고, 초등학교의 신청을 받아 운영 중이다. 또한 정부는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우수 인재의 건축산업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는 콘텐츠는 건축안전에서부터 건축설계 실습, 건축자산, 스마트+빌딩 등 건축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로 구성됐으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교육원은 14일 교육에서 아이들이 건축에 대한 호기심과 학습동기를 자극할 수 있는 ‘동화 읽기’와 ‘사면체 방 설계하고 만들기’라는 콘텐츠를 통해 건축공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였다.
이날 건축사교육원 운영위원회 김형수 위원은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신진건축사인 김형석·김명욱·양정원·정상경 건축사와 함께 서울북가좌초등학교 1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나의 공간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은 학생들에게 동화책 ‘겁쟁이 빌리’를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 책은 걱정이 많아 밤잠을 설치는 빌리가 ‘걱정인형’과 친구가 되면서 걱정을 덜고 잠도 잘 자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빌리의 고민을 읽어나가면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관심사와 걱정거리를 듣고, 해결책으로 사면체 방을 만들어 나만의 공간을 완성해 나갔다. 공간에는 사전에 준비된 ‘걱정인형’이 자리 잡고, 학생들은 걱정인형을 방 안에 넣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고민 해결에 한 걸음 다가섰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2조의 한 학생은 마인크래프트(블록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건축과 사냥 등을 할 수 있는 게임)를 통해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사면체 방을 만들 때 복층 구조로 구성하는 등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번 수업을 총괄한 김형수 건축사는 “초등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해 보니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함께한 동료들도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확대되어 교육 현장에서 건축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우수 인재의 유입이 한층 더 용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 건축사 인터뷰>
건축사교육원 운영위원회 김형수 위원(주. 여름종합건축사사무소)
이번 수업을 기획하고 운영한 주체는 건축사교육원 운영위원회이다. 특히 현장에서 솔선수범하며 성공적으로 수업을 마무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김형수 위원(주. 여름종합건축사사무소)의 소회는 남다르다. 그를 통해 늘봄학교 건축 콘텐츠 교육의 의의와 성과를 들어봤다.
Q. 늘봄학교 ‘나의 공간 만들기(대한건축사협회 운영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무엇인가요?
건축사의 업무 중 건축 설계과정을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의 시각에서 쉽게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건축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인형에 투영된 삶과 행동을 생각해 보고,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놀이를 통해 공간을 형성시키는 주체가 되어보는 경험을 갖도록 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Q.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중·고등학교 학생이나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건축 수업 경험은 있었지만,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경험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에게 어린이들의 집중력이나 소근육 발달 정도에 대해 자문을 구했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늘봄학교에 참여한 학생들과 같은 또래 자녀를 둔 신진 건축사들을 추천받았으며, 당일에는 밝은 옷을 입고 수업에 참가했습니다. 또한 ‘나의 공간 만들기’ 수업에서는 안전한 도구를 선택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선정하는 등 준비가 이뤄졌습니다.
Q. 실제 학생들을 만나본 소감과 앞으로 관련 사업이 진행된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는지요?
계획 단계에서 우려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잘 따라주었습니다. 사면체 방 만들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고요. 이번 수업을 진행하며 느낀 점은, 다음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아이들이 만든 공간에 짧게라도 걱정인형의 이야기를 담아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하는 활동까지 진행해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또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게 함께 준비해 주신 김경훈(주.에이치에스플랜 건축사사무소) 건축사님, 수업에 참여해 학생들을 잘 이끌어주신 김형석(주. 호호건축사사무소), 김명욱(소호건축사사무소), 양정원(주. 건축사사무소 오브), 정상경 건축사(주. 요앞건축사사무소)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