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속 가능한 건축의 미래

2024-10-10     이광열 건축사·메이드 건축사사무소
이광열 건축사·메이드 건축사사무소 (사진=메이드 건축사사무소)

환경을 보호하면서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한 기술 융합은 현대 건축의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건축은 더 이상 공간을 창조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건축은 훼손된 환경에 책임을 지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는 기술인 생태 건축이 대안이 되고 있다.

자연모방 기술은 건축물의 성능 극대화에 큰 기여를 한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아키텍트 믹 피어스(Mick Pearce)는 흰개미 탑에서 영감을 얻어 에어컨 없이도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Eastgate Centre)’를 설계했다. 아프 리카 짐바브웨에 준공된 이 쇼핑센터는 흰개미탑의 자연 통풍 원리를 응용해, 건물 내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를 크게 절감시켰다. 10층 규모의 이 쇼핑센터는 같은 규모의 건축물에 비해 사용되는 전력량이 10%에 불과하다. 이렇듯 생태적 건축물은 전통적인 에너지 소모형 건축물과 달리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한 기술 융합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도 건축 설계의 패러다임을 변화 시키고 있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작업된 디자인은 복잡한 구조와 형태를 실시간으로 구현해준다. 기하학적 분석과 알고리즘적 접근으로 설계 과정이 더욱 효율화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건축사의 시간과 자원을 절약할 뿐 아니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가능하게 한다. 대표적으로 파라메트릭 디자인(Parametric Design) 기법은 변수와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을 창조할 수 있다. 건축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셈이다.

디지털 기술 융합은 기술적 혁신에 그치지 않고,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건축까지 고려한 건축 설계가 가능해 졌다.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 친화적인 자재를 선택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설계 방식이 더해지면서 미래 건축의 지향점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건축은 자연의 원리를 단순 모방차원이 아니라, 인간, 자연,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건축사들도 생물학, 물리학, 컴퓨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통합적으로 습득해 이를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미래 사회는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는 건축물을 요구할 것이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자연에 순응하는 건축물의 설계를 추구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건축사사무소의 출현,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디자인 분야의 한국디자인진흥원처럼, 건축 설계 분야에도 건축디자인진흥원(가제)과 같은 기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현대 건축은 기술과 자연, 인간의 조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야한다. 이는 모든 건축사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중요한 사명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더 나은 환경과 사회를 창조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