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 산책] 착한 목재와 나쁜 목재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 속담이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그래섬이 말한 법칙이다. 과거 모든 금화는 금 1그램으로 금화 1개는 금 1그램과 같은 가치다. 그런데 누군가 금화 모서리를 사포로 조금씩 갈아 금을 착취한 후 금화를 유통한다면, 사람들이 정상적인 금화는 금고에 쌓아두고 함량 미달 금화인 악화(惡貨)를 사용한다는 데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정상적인 금화인 양화(良貨)가 악화에 밀려서 점차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착한 목재”와 “나쁜 목재”는 무엇이고, 양화 악화와는 무슨 관계일까? 목재는 본질적으로 탄소를 먹고 자라는 생물학적 재료라는 선입견으로 착한 목재라고 착각한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 깨끗한 공기와 물을 제공하며 건강하고 탄력적인 생태계를 지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착한 목재가 되려면 숲의 재생 능력을 고갈시키지 않는 임업 고유의 서비스 방식으로 목재를 수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숲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목재가 탄소중립을 도와주고 있는지, 방해하고 있는지 등... 이 서비스 방식에서 벗어난다면 착한 목재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목재의 생물학적 탄소의 흐름을 추적해서 사용 수명이 다할 때까지 탄소를 최대한 격리하는 목재가 지구환경에 일조하고 환경적 가치를 높이는 착한 목조건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일본의 사례를 보자. 과거 일본은 WTO 무역마찰로 경골 목조건축 시장을 완전히 미국에 내주고 임업인들은 일본 미래가 사라졌다고 통탄했다. 일본은 임업이 발달했지만, 삼나무로는 제재 수율이 미국의 경골 구조재인 2″×4″를 따라갈 수 없었다. 이때부터 건축과 목재, 그리고 임업이 일치단결하여 국산 목재를 건축에 사용하는 방안을 찾아 나섰다. 그때 개발한 것이 일본식 중목구조이다. 목조 재래축조구법(在來軸組構法)인 일본식 기둥-보 목조건축 기술이다.
즉, 기둥과 보의 치수를 건축 구조계산을 통해 삼나무나 편백의 굵기에 맞도록 개발하고, 경골구조와 완전히 차별화시켰다. 그러니까 제재 수율 문제를 축조 기술개발로 극복했다. 여기에 수확 목재는 지속가능한 임업에서 생산했다는 근거를 확실하게 밝히고, 수입재는 장거리 이동으로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그 결과 건축재가 국산 목재 순환으로 이어져 일본 임업을 살려내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확되는 목재로는 2″×4″생산도, 일본처럼 중목구조용 정각재 생산도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다. 경제성이 없다고 목재생산 자체를 포기하는 산주가 나오면서 임업 고유의 서비스 관행이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구조재인 매스팀버는 여러 층의 작고 얇은 3~5cm 두께의 판재를 겹겹이 접합하여 적층한 목재로 대형의 기둥, 보, 대면적의 바닥 및 벽체 패널을 구성하는 건축시스템이다. 원료는 오래된 크고 질 좋은 나무가 아니어도 되므로 국산 목재로도 가공할 수 있다.
이제부터 우리는 "착한" 목재를 선택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임업 서비스를 위해 어떤 종류의 나무를 조달하고 있으며, 어떤 종류의 숲에서 생산되고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또한 환경·사회·경제적으로 산림의 지속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목재 공급망의 투명성이 보장된 "착한 목재"인지 확인해야 한다. 산림청에서는 한국산림인증제도(KFCC)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준과 지표를 바탕으로 임업 고유의 서비스가 바로 세워져야 한다. 이를 위해 목조건축산업계가 같이 힘을 모으면 그 시너지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