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삶] 건축 설계공모 혁신(革新)안 제안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건축경기는 언제쯤 좋아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예견을 하는 전문가들을 보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필자를 비롯한 주변의 건축사들은 공모전에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주부터 밤새워 작업한 공모안을 제출하고 돌아오니 또 다른 공모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달력에 빼곡히 자리하고 있는 공모전 일정을 보니 문득 지금의 건축 설계공모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혁신’이란 단어를 들어 이야기해 보고 싶다.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최고의 기업인 삼성이나 애플은 앞서가는 혁신을 통해 선두주자가 되었다. 지금의 건축 설계공모 현장도 이러한 기업들처럼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에 가져올 혁신은 경영, 기술, 서비스, 시장 등 많은 곳에 존재한다. 필자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건축 설계공모 운영 절차에 관해 새로운 제안을 해 보고 싶다. 건축 설계공모는 크게 일반공모, 제안공모로, 또 공모 운영기관과 대행기관 등으로 나누어져 발주된다. 이러한 공모는 페이지 수, 색채 사용 여부, 렌더링 하지 않은 3D 이미지, 레이아웃, 출력 부수, 기타 등등 요구하는 요건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각 기관에서 요구하는 공모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진입장벽이 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혁신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건축 설계공모 운영 방법을 제안해 본다. 건축 설계공모 운영기관을 해당 지역의 조달청에서 일괄 발주 및 운영을 하도록 했으면 한다. 제출된 공모안에 대해서는 지역건축사회에 소속된 건축사들이 의견을 제출한다면 좀 더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력풀을 통한 3배수 또는 4배수로 무작위 지정된 비공개 심사위원들이 사전 채점하고, 심사 당일 그 채점한 점수를 공개하도록 한다. 공모안을 제출한 업체는 심사 당일 참가하게 될 심사위원을 비공개로 무작위 선택한다. 이렇게 선정된 심사위원이 심사 당일 참여토록 하는 것이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는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빠듯한 예산과 복잡한 절차에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건축사, 건축사협회, 학회, 사회 등이 함께하고 시장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살 것인가?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는 삶을 살 것인가? 선·후배 건축사님들에게 묻고자 한다. 어떤 ‘건축 혁신’을 생각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