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 대한민국 건축물 구조 안전 역량 강화를 위한 제언, “건축물 안전 강화를 위해 건축사의 전문성 최대한 활용해야”
1. 검단 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 분석 및 대안 제시
지하 주차장 상부 슬래브 붕괴의 원인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기본 메커니즘을 무시한 무리한 설계 공법의 적용이다. 특히, LH 공사가 보유한 특허 공법인 전단 보강근 공법은 드롭 패널 공법을 개량한 것으로, 슬래브 상부에 다량의 토사 등 적재 하중이 큰 구조물 설계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기본 메커니즘은 상부 하중을 슬래브, 보, 기둥, 기초 순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량판 구조 공법은 공기 단축과 공사비 절감을 위해 보를 생략하고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하중을 기초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무량판 공법은 구조기술사들이 개발한 것으로, RC 구조의 기본 메커니즘을 무시한 편법 설계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LH공사는 무리해 보이는 무량판 공법조차도 무시하고 자체 개발한 공법을 검단 신도시 안단테 아파트에 적용한 것이 1차적인 원인(책임)이다. 따라서 지하 주차장 상부와 같은 고정 하중이 많은 공사에는 무량판 공법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돈 몇 푼 아끼려는 건축주와 시공자들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구조의 기본을 지키자는 취지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시공상의 문제다. 전단 보강근 공법으로 설계된 구조체를 시공하는 과정에서 설계도면대로 철근을 배근하지 못한 시공자의 자질 문제(2차적인 원인)이다. 역량이 부족한 현장 소장과 철근 배근공, 그리고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감리자의 책임(카르텔)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 소장의 주기적인 교육, 철근 배근공의 자격증 제도 도입, 그리고 감리자 교육 강화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붕괴의 가장 큰 책임은 설계도면대로 시공하지 못한 시공사인 GS에게 있으며,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감리자가 2차적인 책임을 진다. 또한, 일반적으로 숙지하기 어려운 공법을 설계하게 한 LH공사도 3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설계자는 구조도면을 외주로 맡겼다는 이유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는 설계 건축사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구조도면 작성에 대한 건축사 교육을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2. 구조기술사들의 K-구조 표준화 작업(입법 추진)에 대한 반론
검단 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건으로 인해 건축사의 고유 설계 영역을 침범하려는 구조기술사들의 움직임에 건축사로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건축사의 권한을 침해하려는 표면적인 문제를 떠나, 건축물 설계의 기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구조기술사들이 대한민국 건축물 설계 분야를 침범하려고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협력업체의 도움이 필요한 설계와 시공 작업에는 반드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은 (1) 국토계획법, 건축법, 조례 등 10여 개의 관련 법을 숙지해야 하고, (2) 공간과 외형 디자인을 이해한 후 건축도면과 구조도면을 교차 확인할 줄 알아야 하며, (3) 설계된 대로 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건축도면, 구조도면, 그리고 기타 기계·전기 도면을 입체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실시설계 과정에서 구조기술사들이 이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설계비를 지불하는 건축주와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허가권자와 민원인들까지 대응해야 하는 고도의 숙련된 테크닉도 필요하다. 특히, 건축도면과 구조도면을 넘나들며 도면의 앞뒤를 맞추는 작업은 오랫동안 설계 도면을 그려본 경험이 없으면 결코 완성할 수 없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구조 계산에 따르면 보의 크기가 400×750인데, 외관 디자인상 특정 부분에서는 400×900으로 키워야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건물 내부에 설치된 보의 깊이가 너무 커서 소방 및 설비 배관들로 인해 천장고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일조권을 검토해 층고를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은 구조기술사들이 수행할 수 없는 일이다.
구조기술사들이 대학에서 구조동역학을 배우고 구조기술사 자격을 취득하는 일반적인 성장 과정을 고려할 때, 건축도면을 그려본 경험이 없는 구조기술사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어떻게 건축물을 입체적으로 그리며 구조도면을 완성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아파트처럼 획일적인 벽식 구조인 경우에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건축물이 아파트뿐이던가.
전국에 1,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 구조기술사 인력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건축물의 구조도면을 하자 없이 완성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건축을 전공한 직원을 채용해 해결하려고 해도, 이는 또 다른 문제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또 다른 문제는 인력 수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건축을 전공한 한 젊은이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가정해볼 때, 5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1군 건설회사에 취직하거나 명망 높은 건축사의 길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다. 어느 누가 구조설계사무소에 취직해 구조도면만 그리려고 하겠는가. 현실을 무시한 과욕에서 비롯된 구조기술사들의 시도는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구조기술사들의 역할은 구조 동역학을 통해 건축사들이 디자인한 건축물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부실 시공으로 인해 발생한 건축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이러한 순기능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
3. 국가는 고도로 숙련된 건축사의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 사람의 건축사가 우리 사회에 나오기까지는 오랜 학습과 많은 실무 경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배출된 건축사는 현재 전국에 약 1만8,0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인력 수로만 보면, 건축 시장에 비해 다소 많은 것이 현실이다.
건축사 시험제도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양질의 건축사를 배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검단 신도시 아파트 붕괴 사고를 계기로, 건축물의 안전성 확보를 고민해야 하는 국토부로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며, 필자 또한 K-건축 실현을 위한 건축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현장에서 대형 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와 언론은 가장 먼저 건축사의 부실 감리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문제의 원인을 찾으며 문책 수순에 들어간다.
필자는 이러한 시각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시공자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설계도면대로 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공사 중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경우, 1차적인 책임은 시공자에게 물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감리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대한민국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설계 부실보다는 안전 수칙의 결여와 시공 숙련도 부족이 더 큰 원인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항상 건축사가 국민적 지탄을 받는 것은, 국토부의 원인 분석과 문제 해결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도로 숙련된 건축사를 단순히 엔지니어 수준으로 보지 말고, 건축사의 역량을 극대화해 대한민국의 K-건축 실현에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