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에너지평가사 자격에 관하여

2013-07-16     편집국장

건축 분야에 새로운 자격증이 신설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건축물 에너지효율 등급의 인증과 평가를 수행하는 자격으로, 건축물 에너지평가사 자격시험이 12월에 시행된다. 이 소식을 듣는 건축사 회원들의 마음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어려운 건축계의 여건 속에서 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떠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걸 수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시험 준비를 해야하는 데 대한 부담도 있을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기존의 건축사가 해왔던 업무라기보다는 에너지절약계획서를 작성하고 에너지 효율등급을 산정하는 설비분야에 더 가까운 영역이 아닌가 싶다. 시험을 위해 준비해야 할 과목도 건축환경계획, 건축설비시스템, 에너지효율등급, 에너지절약계획서 등 전통적으로 기존의 건축사가 다루어왔던 전문분야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에너지평가사 자격증은 미래에 건축설계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매우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의 효율과 절약 계획이 건축설계 결과물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커질 것이다. 즉, 앞으로는 건축사가 마음대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의 평가 결과에 따라 계획안의 방향을 잡아가야 하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법규에 맞추어 설계를 하듯이 에너지평가기준에 따라 계획안이 작성돼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건축물 에너지평가사 자격을 취득하는 일은 건축사가 앞으로의 설계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업무를 주도해 나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 건축사가 아닌 에너지평가사의 지침에 따라 설계가 진행된다면, 설계의 독자성이 위축될 것이다. 반대로 건축사가 에너지평가사 자격을 구비한다면 이러한 제약 조건을 스스로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변신을 해야 살아 남는다는 사실은 오랜 역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다윈의 진화론에서도 환경에 잘 적응한 종이 번성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건축사도 어려운 현실을 헤쳐 나가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스스로의 실력을 갖추고 변신해야 한다. 비록 쉽지 않은 길이 되겠지만, 건축물 에너지평가사 자격은 건축사에게 양보할 수 없고, 피해갈 수 없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