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객실은 누가 디자인 하는가?
최근 말로만 듣던 신기한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기존 지하철은 양쪽 창문 쪽으로 의자가 붙어있고 안쪽 중앙이 통로인데 비해 그 지하철은 중앙부에 서로 등을 맞대어 의자를 배치하고 양쪽 창 쪽으로 통로를 확보해 두었다.
이런 자리배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아주 불편할 것이라는 것을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볼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실제 이런 차량을 타보니 예상했던 것 보다 문제가 더 많았다.
우선 공간 활용의 융통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기존 의자 배치는 가운데 통로에 세 줄로 사람들이 서 있을 수 있다. 세 줄로 서 있어도 조금씩 자리를 움직여 주면 누군가 그 사이를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가운데에 의자를 배치하면서 통행 공간이 양쪽으로 나눠지게 되었다.
공간은 세분할수록 단위 공간이 더 커져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의자 배치는 거실에서 소파를 벽 쪽에 배치하는 것과 거실 가운데 배치하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의 가구는 벽에 붙여서 배치해야 공간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렇게 좁은 통로가 양쪽에 있다 보니 의자에 앉은 사람과 통로에 서 있는 사람의 사이가 좁아서 지나다니기가 너무 불편하다.
또한 창문에 엉덩이를 받치고 서 있을 수 있게 턱을 만들어 두었는데, 서 있는 사람의 자세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다리를 내밀고 서게 된다.
앉은 사람과 서있는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깝고 앉은 사람의 시선높이가 엉거주춤 서 있는 사람의 하반신에 머무르게 되어 정면으로 눈을 두기가 참 민망하다.
결과적으로 한 칸에 타는 인원도 줄어들었고 공간은 더 협소해져서 통행뿐 아니라 타고 내리려고 통로를 이동하는 것도 훨씬 더 불편해졌다. 더군다나 휠체어의 이동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통로가 양쪽에 있다 보니 선반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 무거운 가방이나 짐을 가지고 타는 사람도 많다. 선반이 없다면 짐을 들고 서 있거나 좁은 통로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통로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
퇴근할 때 가끔 몸이 천근만근 무거울 때도 있는데 가방을 올려놓을 선반도 없는 복잡한 지하철은 정말 피곤할 것이다. 분실물관리의 편의를 위한 선반제거 아이디어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렇게 공간적으로 더 협소해졌고, 여러 면에서 이용객은 더 불편해진 디자인을 평가한다면서 실제로 제작해서 시범운행 한다는 것 자체가 혈세 낭비다.
지하철 객실은 기계 디자이너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공간을 다루는 건축사가 디자인해야 할 영역이다.
융합의 시대에 왜 이러한 디자인을 건축사에게 묻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