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림픽과 건축 설계공모

2024-08-12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 파리에서 열리고 있다. 연일 다양한 경기를 시청하며 한국 선수들의 성과에 함께 기뻐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올림픽이 개최될 때 멋진 경기장 건축물에 눈길이 가기도 했지만 2012년 영국 올림픽을 즈음해서부터는 대규모 경기장의 객석 일부를 조립과 분해가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 올림픽이 끝난 후 지역 체육시설로 활용하거나 4년 후 리우올림픽에서 다시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건축적인 특징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올림픽 경기를 관람할 때마다 건축사들이 경쟁하는 건축 설계 공모와 비교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림픽에서는 다양한 영상 장치로 선수들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기록하며, 결승선 순간을 천분의 일 초 단위로 측정해 정확한 판단을 돕는다. 건축 설계 공모에서도 심사 과정을 생중계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려 하지만, 여전히 건축행정정보시스템(세움터)에 결과와 평가 내용을 업로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과정과 결과의 투명한 공개가 공정성의 시작이다.

다음으로는 올림픽에 전 세계 모든 선수가 출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각국에서 성적과 기록을 인정받아 예선 대회를 거친 국가대표 선수들만이 참가해 우열을 겨루고 있다. 건축 설계공모에서 예선전을 도입하거나 참가를 제한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처럼 너무 많은 참가자가 작품을 제출하고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조달청에서 3억 원 미만의 설계공모를 신진 건축사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이 신진 건축사를 비롯한 모든 건축사들에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는 현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건축 설계공모에서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참가자 수를 수십 개로 제한하거나, 제출물의 양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참가자들의 노력의 총합이 설계비와 보상비를 초과하고 있으며, 이는 설계공모에 참여하는 건축사들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한 방법이다. 올림픽에서 편파판정이나 오심이 발생하는 경우, 규정을 어겨서 승부가 달라진 경우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소하여 판단을 기다릴 수 있다. 건축 설계공모 결과를 심사위원회의 판단과 권위를 존중하고 승복하는 것이 좋겠지만, 사전 법규 검토에도 확인되기 어려운 법규 위반사항이 있거나 오류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려줄 기관이 필요하다.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억울함이 없어야 건축 설계공모가 건축사들의 올림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