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경제이야기] 고객의 접점에서 고객경험이 경영에서 중요한 이유

2024-08-12     김남국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김남국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사진=김남국 소장)

경영계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용어 중 하나가 바로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이다. 고객 경험이란 단어를 경영의 최우선 키워드로 강조하는 대기업들도 많다. 수많은 사람이 고객 경험이란 말을 쓰고 있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김병규 교수는 이 단어가 실무에서 굉장히 모호하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어 문제가 많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실제 실무에서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자”는 말과 “훌륭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자”는 이야기가 동시에 쓰이고 있다. 첫 번째 용례인 향상시킨다는 것은 고객 경험이 어떤 ‘상태’라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 용례인 제공한다는 것은 고객 경험이 어떤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대상이 상태이면서 존재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상태를 의미하는 ‘수질’은 향상시키는 것이지 제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대로 존재를 뜻하는 ‘선물’은 제공하는 것이지 향상시킬 수는 없다. 즉, 현실에서 고객경험은 서로 다른 의미가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병규 교수는 고객 경험이 ①체험과 ②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객의 반응 등 두 가지 의미가 혼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체험은 고객이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것으로, 제공할 수 있는 존재에 해당한다. 반면 고객의 반응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인식과 지각, 감정을 의미하며 이는 향상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식당에서 줄을 서는 고객경험은 음식이나 서비스의 질이 높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pixabay)

굳이 이런 구분을 꼭 해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중요하다. 경영자나 마케터 입장에서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해야 성과를 낼 수있기 때문이다. 만약 ‘반응’이 목표라면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경험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의 지식이나 믿음 감정 등이 중요하다. 식당에서 줄을 서는 것은 매우 불편한 경험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식당의 음식이나 서비스 품질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강력한 신호로 인식된다.

때문에 대부분 고객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기꺼이 줄을 설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의 경험을 SNS로 공유하기도 한다. 결국 긍정적인 고객 반응이 목표라면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나 지식, 관련 정보 등이 경험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  

독특한 체험을 통해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이는 게 목표라면 자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김병규 교수에 따르면 여행상품, 음식료, 패션 향수 등 쾌락적 소비의 경우 즐거운 체험 자체가 소비자의 목적이어서 체험이 소비로 잘 연결된다. 하지만 기능성 제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컴퓨터를 구매하는 사람은 매장의 인테리어나 조명, 서비스보다 사용성이나 가격 성능 등을 훨씬 더 중요한 구매 결정 요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내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고객들이 체험을 중시하는지, 혹은 성능이나 가격 같은 요소를 중시하는지부터 고민해봐야 한다.

여기에 무조건적인 긍정적 체험이 로열티를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자사의 가치와 철학이 반영된 체험은 의미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투자는 로열티를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있는 ‘폐허‘라는 이미지를 강조한 젠틀몬스터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것도 고유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체험이 목표라면 우리 제품이나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체성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