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상이변의 시대, 친환경 건축의 필요성과 앞으로의 해답

2024-08-12     원승연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나우원
원승연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나우원(사진=원승연 건축사)

아침에 먹으면 좋다는 사과를 마음 놓고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요 근래 많아졌다. 이상기온으로 인해 사과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제 기상이변은 SF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 라 일상 깊숙이 침투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지난 50년간 기상이변 발생 건수는 6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약 3조 6,000억 달러에 이른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난민 발생, 문화유산 파괴, 보건 문제 등 비경제적 손실도 심각하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2년 집중호우로 인해 산업체 가동이 중단되고, 서울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 폭우, 예상치 못한 산불,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 등이 발생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취약성과 변화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어느 때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환경오염의 심각성 해결을 위해 친환경적 건축적 접근이 매우 절실해졌다. 한국에서도 매년 대량의 건축 폐기물이 발생한다. 한국폐기물협회자 료를 보면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발생한 건축 폐기물양이 약 8천만 톤에 달한다고 했다. 이는 전체 폐기물 중 40%를 차지하는 수치다. 건축 폐기물을 재활용한다고 하지만 재활용 을 위한 과정에서조차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재생된 자원에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도 다량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세대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콘크리트가 등장하기 이전, 수천년 동안 건축 재료로 사용됐던 목재 건축이 중요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목재는 재생가능한 자원이면서도 ‘탄 소 통조림’이라 불릴 만큼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해 환경 보호에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목재 건축물은 자연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미적가치가 높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서 수행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목재가 작업자의 스트레스를 낮춘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최신 기술을 접목하면 목재 건축물은 빠른 건설 속도와 공사비 절감 등의 장점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재를 사용하는 건축물은 매우 제한적이다. 단독 주택, 전원주택, 일부 공공 건축물, 전통 한옥의 현대화 등에서만 목재 건축물을 볼 수 있는 현실이다. 다행이라면 지난 2020년 목재 건축에 대한 높이와 규모 제한이 폐지됐다. 규제 완화와 함께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목재 건축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제 건축사들도 목재 건축 활성화를 위한 최신 기술 학습과 연구를 통한 현장 적용, 목재 관련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협력과 지식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 추가로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친환경 건축 정책 개선에 기여하고, 건축주에게 목재 건축의 장점과 지속 가능성을 교육해 인식을 높여 목재 건축의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많은 건축사들이 ‘21세기는 목재의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목재 건축은 한국의 건축 산업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목재를 최대한 활용해 친환경적인 건축 설계를 추구해 나간다면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연환경 보호까지 가능할 것이다. 친환경적이고 미적인 건축 설계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건축사들이 건강하게 살림을 가꾸어 가며 목조건축을 통해 미래 세대가 풍요로운 삶을 사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