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삶] 리모델링-다시 짓는 것과 우리의 인생사

2024-07-24     임효상 건축사 · 아이엔케이 건축사사무소 <경기도건축사회>
임효상 건축사(사진=임효상 건축사)

요즘의 업무추세는 대수선, 리모델링에 집중되는 것 같다. 시공사를 만나도, 인테리어 관계자를 만나도, 전기설비, 위생기기 관계자들을 만나도 리모델링 문의가 빈번하다. 신축효과를 내면서 신축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고 생각해 많은 건축주들이 도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네 인생사 중에서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라지만 건물은 고쳐 쓰고 있다. 

기존에 ‘이처럼 지어졌고, 이렇게 사용해 왔으며, 문제없이 쓰던 것을 매입했고, 이렇게 땅이 되어있다’라는 대화를 독자들도 들어보셨을 텐데, 우리의 삶 속에서 비유하면 ‘이렇게 태어났고, 이렇게 지내왔으며, 이렇게 수십 년 문제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내 스타일이 이렇다’고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수선이나 리모델링, 혹은 증축 및 대수선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상담하다 보면 위와 같은 대화가 종종 제기되는데, “현행법이 그래서 내지는 현시점의 제도에 맞게 하려면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라고 하면 갸우뚱하거나 또는 “이제까지 문제없이 잘 쓰고 있는데 이걸 왜 새로 해야 하느냐”, “허가권자와 싸워보자”와 같은 조금은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우리 건축사의 말을 믿지 않는 듯 계속 의문을 품는 건축주들도 있는데, 재산권에 침해되는 부분이 있기에 그렇겠지라며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하다. 결국은 사람 사는 인생, 사람이 하는 일이니 부딪혀보자라고 마음먹는다. 

리모델링 건들은 8~90년대 건축물들이 많다. 그때의 법과 기준을 오늘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구조보강, 내진설계, 방화창, 장애인 관련 법들이 주요한 사항인데 이런 기술적인 것들을 컨트롤하고, 실측하고, 설계하고, 건축주·허가권자·시공자와 협의해야 할 일들이 많아 실제 대수선이나 리모델링은 신축보다 어렵고 귀찮은 부분이 많다. 

우선 본인이 설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초 신축 때 자료들이 남아있지 않아 파악해야 하는 자료를 찾는데 애로사항이 있다. 그리고 건축물대장, 현황도가 있어도 다르게 지어진 부분이 있고, 용도와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정리하고 ‘성형수술’을 하는 우리는 신축보다 대가가 당연히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건축사분들마다 경험적 대가기준은 있지만(신축에 1.5배라는 정도) 공식적인 대가기준은 없는 듯하다. 

현재를 진단하고, 고치고, 재탄생시키기 위해 애쓰는 우리의 위상과 가치를 좀 더 인정받기 위해 힘을 써야한다. 건축물은 길거리에 있어 누구나 사용하고, 누구나 볼 수 있기에 따로 보관할 필요가 없으면서 그 상태로 가치를 인정받고 세월이 흐를수록 건물시세와 가치가 올라간다. 건축사의 위상, 설계도면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건물과 건축주의 삶, 더욱이 동네, 도시의 가치를 올려주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