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 한 목소리 중요, 촘촘한 규제와 20년 전과 같은 설계비…자격자에게 합당한 신뢰·권한 주어져야

건축 혁신 : 건축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건축계의 역할, 건축계-국토교통부 공동 콘퍼런스 국토부·대한건축사협회 등 6개 단체, ‘건축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건축계 역할’ 조명 김재록 회장 “국민 목소리 경청, 요구·기대 반영한 건축 환경 조성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유현준 홍익대 교수 주제 발표, “건축인들이 사회가 융합할 수 있는 인프라 만들어야” 국토부 “신진건축사 업계 진입 용이하도록 정책 마련할 것”

2024-07-24     박관희 기자
김재록 건축사협회장이 환영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건축은 우리 사회와 문화를 반영해 미래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를 창조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리 건축계의 사명이다.”

대한건축사협회 김재록 회장은 7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건축사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건축계-국토교통부 공동 콘퍼런스’에서 환영사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김재록 회장은 “건축계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요구와 기대를 반영한 건축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역할이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라며 “건축계가 한 목소리로 논의한 내용들이 건축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 지원해 주길 바라고, 건축계 역시 이를 함께 실천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축사협회 등 건축계가 공동으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건축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건축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콘퍼런스에는 대한건축사협회 이외에도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학회, 새건축사협의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 대한여성건축사회가 함께했다.

국토교통부 이상주 국토도시실장은 개회사를 통해 “건축산업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적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국민의 높아진 건축 기대와 새로운 역할 요구 등 건축을 둘러싼 외부 여건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건축계의 발전적 논의를 통해 건축계 모두가 합심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정부도 건축계의 외연 확장과 소통에 더욱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홍익대학교 유현준 건축도시대학 교수(한국건축가협회 국제문화예술부회장)와 대한건축사협회 이선경 홍보위원장의 주제발표가 각각 진행됐다. 주제발표는 ‘국민이 바라는 건축과 우리의 새로운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유현준 교수는 “도시의 진화가 유기체처럼 발전하고 있다”며 “단세포가 단독주택이라면 다세포는 도시를, 도로와 상하수도는 유기체의 순환계, 통신은 신경계에 해당한다. 이것이 점차 발전하면 유비쿼터스와 스마트시티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좋은 사회에는 공용 공간이 많은데, 단적인 예로 뉴욕의 브로드웨이에는 170개의 벤치가 있지만,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고작 3개밖에 없다면서 “결국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사람이다. 공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라기보다는 기억의 총합인 만큼, 오프라인 공간에서 사회의 통합과 융합을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축사협회 이선경 홍보위원장(주. 우일 종합건축사사무소)은 건축기본법, 건축사법,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들을 상기하며 “현재는 건설이 아닌 건축이 성장을 견인하는 시대인 만큼, 기본에 집중하면 국민과 건축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며 함축적인 화두를 제시했다. 이어 “다만 건축계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2, 3, 4년제 학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인턴십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업계 현안을 진단했다.

대한건축사협회 등 건축계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콘퍼런스가 23일 건축사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2부 순서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는 남서울대학교 한동욱 건축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국토교통부 이진철 건축정책과장, 한국건축가협회 한영근 회장, 새건축사협의회 임형남 회장, 성균관대학교 이정윤 교수, 대한건축사협회 음수진 홍보위원, 중앙일보 한은화 기자가 참여했다. 

우선 업계 대표로 한영근 회장과 임형남 회장의 발언이 있었다. 한영근 회장은 “건축이 지나치게 생산자 입장을 견지했던 것이 사실인 만큼, 국민의 시선에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공공건축을 예로 들면, 기재부가 평균 예산으로 사업을 책정하고, 입찰을 통해 예산이 깎이면서, 최종적으로 건축사들의 희생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형남 회장 역시 “어항에 갇힌 물고기가 건강하지 않은 것은 물이 좋지 않기 때문이며,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며 “촘촘한 규제와 임의 규제, 그리고 20년 전과 같은 설계비가 여전히 적용되고 있는 것이 건축업계의 현실이다. 자격자에게 합당한 신뢰와 권한이 주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신진건축사 대표로 나선 대한건축사협회 음수진 홍보위원(주. 아키이음 건축사사무소)은 “어려운 경제 현실도 벅찬데, 신진건축사들의 무대는 높은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있다”며 “인재 유입을 위해서라도 젊은 건축사들이 다양한 경쟁을 하며 창조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학계를 대표한 성균관대학교 이정윤 교수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술자가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이치이지만, 제도와 관행으로 방해를 받는다면 건축의 발전을 위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건설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문제와 환경 규제 등의 문제는 기업만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며,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건축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한은화 기자는 “외국 건축사들에게 한국이 기회의 땅이 되었다”며 “신진 건축사들이 실력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우리 건축사들도 해외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공동의 어젠다를 설정하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멘텀이 있길 희망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끝으로 국토부 이진철 건축정책과장은 “시대별로 나오는 혁신기술조차 사회적 공감이 없으면 도태된다”며 “건축계도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변화에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관심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항상 미래 기술에 대비하고,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진 건축사들이 진입하는 길을 넓히고, 사회적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며, 건축이 기능을 잘해 사회와의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