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건축사가 건축사를 기록하다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삶터를 형성하고, 문화를 쌓아가며,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드는 삶의 예술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건축사 13인이 모인 ‘건축사家’는 지난해부터 선배 건축사의 기록 작업을 시작했다. 이는 일종의 후 배들이 바치는 작은 헌사로, 어려웠던 시절 우리 도시를 하나하나 만든 선배들의 노고를 기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함이다.
눈앞의 멋진 건축물에 감탄하곤 했던 어린 시절부터 건축물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동경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각의 건축물에 담긴 이야기와 철학,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과정과 사람들의 정성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며 건축의 길을 닦아온 선배 건축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생겼다. 그분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건축문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후배 건축사로서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며 그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되새기는 작업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하나의 다리가 될 수 있다. 선배들의 삶과 철학을 기록하며 후배 건축사로서 그 정신을 이어받아 건축문화를 만들어가려 한다.
건축사의 삶은 때로는 고난의 연속이다. 건축물 하나를 세우는 과정은 수많은 고민과 실패, 그리고 도전으로 가득차 있다. 언제나 고군분투하지만 우리의 작업이 항상 성공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선배 건축사들은 종종 자신의 작업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기록으로 남길 만한 작품을 만들지 못했다”며 주저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진심과 헌신으로 쌓아 올린 경험이야말로 가장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기록 작업을 위해 선배 건축사들을 만나는 일은 즐겁고 보람찼다. 더불어 이 작업을 위해 보석 같은 동료 건축사들과 함께하는 일도 큰 기쁨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건축사는 바쁜 직업이다. 수많은 프로젝트와 마감일, 끊임 없는 회의와 현장 방문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기록 작업에 참여한 동료들의 열정과 헌신은 큰 감동이었다. 항상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동료들 덕분에 순조롭게 기록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건축사家로 모인 건축사들은 도전과 배움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더 나은 건축을 꿈꾸고 있다. 건축사家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기록들은 건축인 모두에게 건축에 대한 열정을 북돋아 주고, 건축문화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겨질 것이라 믿는다. 기록을 위해 투자한 시간이 동시대의 건축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하니 보람차다.
건축사의 길은 언제나 도전적이다. 그리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건축사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선배님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가려 한다. 이렇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 더 나은 건축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