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그 후 ㊸]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충남내포혁신플랫폼’

함께 지역 현안 논의하고, 새로운 대안 모색하는 공간 소통과 혁신, 환경과 사람 생각하는 곳으로 자리 잡아 개인 공간과 협업 공간 긴밀히 조화된 곳

2024-07-10     서정필 기자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당시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지금도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마흔세 번째 작품은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한 충남내포혁신플랫폼’(박종훈 건축사, .비컨아키텍트건축사사무소)이다.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충남내포혁신플랫폼’(설계=박종훈 건축사·주.비컨아키텍트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섭)

 회기(回基, 서울지하철 1호선)로 향하던 쓸쓸한 플랫폼에서, 서성이던 모습 보이지 않고.”(JS ‘종로에서중에서)

얼마 전까지 플랫폼하면 지하철이나 기차를 기다리는 승강장이 떠올랐다. 그래서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수상작인 충남내포혁신플랫폼’(박종훈 건축사, .비컨아키텍트건축사사무소)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대학 시절 자주 듣던 이 노래 가사가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플랫폼은 지하철역이나 기차역 안의 특정 공간보다는 개인, 단체, 기업, 조합, 비정부기구(NGO) 등이 한데 모여 필요한 논의를 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거점이라는 의미로 더 자주 쓰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자주 회자되며, 자연히 공공’, ‘혁신이라는 수식어와 자주 어울리게 됐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행정기관과 주민 사이를 이어주는 여러 중간지원기관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기관은 주민들에게 해당 서비스가 지원될 수 있도록 사전 논의와 조율, 사후 점검 기능을 하는 플랫폼의 필요성이 늘어났다. 도농 복합 자치도인 충청남도의 경우 특히 경제 자치 농촌 복지 등 다양한 중간지원기관의 융복합 거점 공간인 혁신플랫폼 조성이 더욱 시급했다. ‘충남내포혁신플랫폼은 이러한 시대 변화에 발맞춰 충청남도 내포신도시에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충남내포혁신플랫폼’(설계=박종훈 건축사·주.비컨아키텍트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섭)

건축물은 도청 소재지인 내포신도시 내, 홍성과 예산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홍예공원안에 자리 잡고 있다. 발주처인 충청남도는 사회적 기업, 청년 단체 등이 모여 일하고 협력할 수 있는 지원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라고 설명한다.

주변에는 적당히 키가 큰 소나무 군락이 보기 좋게 들어섰다. 용봉산 자락의 기운이 호수를 건너 도서관과 도청으로 흘러간다. 설계자 박종훈 건축사는 자연스럽게 이 흐름을 받아들여 매스를 세 개로 나누고 그 사이를 비워 중정과 아트리움을 배치했다.


내부는 건물의 특성에 맞게 따로 또 같이업무가 진행될 수 있도록 개인 사무 공간과 협업 공간이 단절되지 않고 긴밀하게 이어지도록 배치해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다.

다음은 설계자 박종훈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현재 박종훈 건축사는 주.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전무로 재직 중이다.)

설계자 박종훈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박종훈 건축사(사진=박종훈 건축사)

Q. ‘충남 내포 혁신플랫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충남 내포 혁신플랫폼2018년 국토부의 시범사업으로 시작됐습니다. 건축공간연구원(AURI)이 주관한 신진 건축사를 대상으로 시행된 공모에서 당선돼 설계를 수행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스페이스 프로그램이나 입주 대상자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설계 기간 동안 태스크포스(발주처 담당 공무원, 자문위원단 등)와 논의를 거쳐 새롭게 기획안을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이 건축물은 내포신도시의 아름다운 홍예공원’(홍성과 예산의 앞 글자를 따 만들어진 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어,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당연히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혁신플랫폼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형식의 공공 업무 공간과 시민 활용 공간을 어우러지게 제안하고자 했습니다.

Q. 그러한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외부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브제면서도 배경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개념적으로 투명한 관계의 건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외부에서 보이는 건물의 외관만큼이나 내부에서 밖을 내다보는 풍경을 중요하게 다루었고, 내부의 사무 공간 이용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중정이나 아트리움의 요소를 활용해 전반적으로 내부와 외부가 투명하게 서로 열려 있는 관계가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건물 주변의 공원 산책로나 내부 복도를 산책하면서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투명하고 열린 공간이 되도록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설계 과정에서) 가끔 여러 관계자가 와서 한두 마디씩 던지고 가는 난상토론 같은 회의가 있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건물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그분들의 말씀 속에서 행간의 요구를 읽어내고 정리하며 새로운 제안을 해 나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습니다. 공공건축 프로세스 중에서도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설정과 동시에 설계해야 하는 유별난 과정이었기에 그 순간순간이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사용자들이 이 건축물을 통해 주변 환경을 새롭게 인지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건물을 통해 주변의 자연과 날씨의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느끼고, 이를 통해 삶의 매 순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용자가 만족하고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아끼는 건축물이 되도록 해보자라는 생각이었습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2022년 건축문화대상 심사 당시, 한 심사위원이 직접 현장을 찾아보니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더 좋다는 느낌이 드는 몇 안 되는 건축물 중 하나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사실 공공건축물을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본보기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이러한 요소도 있지만, 건축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편안하고 좋다고 느껴지는 건축물이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실제로 1층의 다목적홀은 준공 이후 현재까지 충청남도의 다양한 비정부기구(NGO) 관련 행사나 도내 모임 활동 등 대외적으로 다양한 행사에 활용되고 있으며, 사용자들 또한 만족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친환경 건축과 그에 따른 기술 발전에 관심이 많아 자주 찾아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고층 목구조 기술의 발달에도 관심이 있으며, 그런 건축물을 실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