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달의 건축’ 첫 포문 연 김석윤 건축사,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담아내는 건축작업에서 보람 느껴”

제주 풍토 고스란히 반영된 제주현대미술관·한라도서관 등 설계

2024-07-02     박관희 기자
이달의 건축 유튜브 초기화면. (자료=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축사협회, 유튜브 ‘이달의 건축’ 제작해 국내 건축 우수성 알려
건축사 인터뷰 통해 설계의도 소개, 건축의 전 과정 조명

가로변에 우뚝 솟은 건물들을 보면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와 땅 위에 내려앉은 모습에서 위엄을 느낄 수 있다. 반면, 배려와 소통, 주변과의 어울림을 포인트로 하는 건축물은 건조한 도시 속에서 매력적인 건축물로 기능한다.

대한건축사협회가 국내 건축의 우수성을 알리고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협회는 유튜브 계정(www.youtube.com/@kira_317)을 통해 협회가 선정한 우수 건축물을 소개하는 ‘이달의 건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건축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건축사(설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설계 의도를 소개하며, 설계 과정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10편이 제작된 ‘이달의 건축'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건축사는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건축물에 접목하고 있는 김석윤 건축사(건축사사무소 김건축)다. 반세기 동안 건축을 해온 그는 후배들에게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설계에 임한다면 그것이 옳은 길이고 역사가 될 것”이라는 말로 격려와 함께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이달의 건축’ 첫 회에 출연한 김석윤 건축사와의 인터뷰를 본지가 재구성해 프로그램의 목적을 되새겨 본다.

【인터뷰】 ‘이달의 건축’ 첫 포문 연 김석윤 건축사,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담아내는 건축작업에서 보람 느껴”

제주 풍토 고스란히 반영된 제주현대미술관·한라도서관 등 설계

김석윤 건축사가 ‘제주현대미술관’ 건축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이달의 건축’ 갈무리)

Q. 건축사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되셨는지, 또한 사무소를 개소한 이후의 건축환경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2024년 3월 6일을 기해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한 지 50주년이 됩니다. 지금 개소하고 있는 신진 건축사들도 그렇겠지만, 저 역시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설렘과 행복했던 기억이 큽니다. 1970년대에는 당시 정부의 개발 계획에 따라 전국 단위의 사업들도 추진되던 시대라, 미래에 대한 기대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활기가 충만했던 시기였습니다.

Q. 창작자들은 나고 자란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석윤 건축사님의 작품에는 제주도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투영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의도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습니다. 사회 전반의 요구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70년대 제주도 종합관광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제주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해 나가자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작품들에서는 제주도를 잘 아는 현지 건축사가 제주의 풍토를 전달했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제주현대미술관의 경우, 제주도라는 땅이 가지고 있는 형상을 건축과 접목하자는 것이 전제된 프로젝트입니다. 건축 전반, 매스와 동선 계획 등 공간의 연출 프로그램들도 어찌 보면 단순합니다. 제주도의 풍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니까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건축은 풍토에 받쳐지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다양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하나를 특정하자면 시공 과정에 설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점일 것입니다. 제주현대미술관의 경우, 당시 책임 공무원이 설계자의 설계 의도를 변화시키지 않으려 노력해 주어 초기 설계안이 다수 반영된 채 준공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저변으로 확대되려면 제도의 변화와 건축사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안도 다다오는 여든이 넘었고, 노먼 포스터도 90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내 건축사들도 이처럼 오랫동안 활동하길 바란다고 하셨는데요. 건축사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우리가 사는 현재는 다양성이 수용되는 다원화 시대입니다. 선배로서 내가 가진 견해나 관점을 전달하는 것이 꼭 합리적인 일이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에서 개성을 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그것을 건축적으로 표현해 나간다면 그것이 옳은 길이고, 역사가 될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건축사는 공간을 창출해 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공간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일’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