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답사수첩] 조선시대 3대 읍성, 서산 해미읍성(瑞山 海美邑城)
서산 해미읍성은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있는 옛 읍성이다. 1963년 대한민국의 사적 제116호로 지정되었다. 보존 상태가 상당히 양호하며, 고창읍성 및 낙안읍성과 더불어 조선시대 대표적인 읍성이다.
해미라는 지명은 조선 태종 7년 1407년에 정해현(貞海縣)과 여미현(餘美縣)을 병합하면서 정해현에서 해(海)자를 따고 여미현에서 미(美)자를 가져와 해미(海美)로 부르기 시작하며 유래되었다.
해미읍성은 평시의 행정기능과 전시의 군사기능을 합친 읍성으로 특히 군사기능이 강조된 곳이었다. 1579년에는 이순신 장군이 무과에 급제한 후 세 번째 관직을 받아 이곳에서 충청병마절도사 군관으로 10개월간 근무하기도 하였다.
조선 말기 천주교 박해 당시 약 1천여 명 이상의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를 당한 천주교 성지이기도 하다.1895년(고종 32년) 행정 구역 개편 시 해미현이 해미군으로 변경되었다.
조선시대 군사적 요충지
고려 말부터 국정이 혼란한 틈을 타서 왜구가 해안지방에 침입하여 막대한 피해가 생겨나 이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하여 조선 태종 17년(1417년)부터 세종 3년(1421년) 사이에 당시 덕산(德山)에 있던 충청병마도절제사영(忠淸兵馬都節制使營)을 이곳에 옮기고자 축성(築城)되었다. 효종 3년(1652년)에 병마절도사영(兵馬節度使營)이 청주로 옮겨가기 전까지 230여 년간 군사권을 행사하던 성으로 있다가 병마절도사영이 청주로 이설되고 해미현의 관아가 이 성으로 옮겨졌다.
해발 130m인 북동쪽의 낮은 구릉에 넓은 평지를 포용하여 축조된 성으로서, 성벽의 아랫부분은 큰 석재를 사용하고 위로 오를수록 크기가 작은 석재를 사용하여 쌓았다. 성벽의 높이는 4.9m로서 안쪽은 흙으로 내탁하였으며 성벽 상부 폭은 2.1m 정도이다. 성문은 동·서·남·북 4곳에 있는데 네모지게 잘 다듬은 무사석(武砂石)으로 쌓았으며, 주 출입구인 남문은 아치 모양의 홍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읍성에는 동헌을 비롯하여 아사(衙舍) 및 작청(作廳) 등의 건물들이 빼곡히 있었으며,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유적도 일부 남아 있다. 1974년에 동문·서문이 복원되었고, 1981년 성내 일부를 발굴한 결과 현재의 동헌 서쪽에서 객사와 현재의 아문 서쪽 30m 지점에서 옛 아문지가 확인되었으며, 관아외곽석장기지(官衙外廓石牆基址)가 발견되었다.
문화재의 복원
일제강점기였던 1914년에 군현제가 폐지되고 해미현이 서산군에 통합되면서 읍성은 폐지되었다. 폐지 이후 일제는 관아건물을 면사무소로, 객사를 학교로 사용했으며 청허정을 신사(神社)로 만들었다. 해방 후 1963년 1월 21일 사적 116호로 지정되었다. 1970년대부터 복원공사가 시작되었으며 성내 건물을 철거하고 동헌, 객사, 내아 등을 복원하였다.
조선 초기의 해미읍성은 충청도 육군사령부 역할을 하는 충청병영성으로 최고 책임자는 병마절도사(병사)였다. 조숙기가 병사로 부임하여 해미읍성을 수리하면서 소나무 숲이 우거진 뒷동산에 청허정을 지었다. 청허정(淸虛亭)은 조선 성종 22년(1491년) 충청도병마절도사 조숙기(曺淑沂)가 세웠던 것을 다시 복원한 것으로 조선 전기 대표 학자 성현(成俔)의 개인 문집 ‘허백당집(虛白堂集)’에 그 유래가 전한다.
1494년 방문한 충청감사 조위(曺偉)는 청허정 주변 소나무와 멀리 보이는 바다의 풍경에 대한 시를 남겼고, 권오복(權五福)의 문집 ‘수헌집(睡軒集)’에 절도사와 수령이 일을 마치고 청허정에 모여 지은 시가 전한다.
성내 광장에는 대원군 집정 당시 체포된 천주교도들이 갇혀 있던 감옥 터와 나뭇가지에 매달려 모진 고문을 당했던 노거수 회화나무가 서 있다. 바로 성문 밖 도로변에는 회화나무에 매달려 고문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은 신도들을 돌 위에 태질해 살해했던 자리개돌이 있어 천주교도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다.
해미읍성의 성벽 밖에는 해자(垓字)와 탱자나무 울타리를 둘러쳐서 이중 방어벽을 구축했다. 적들이 접근하기 쉬운 평지성이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이다. 한때 ‘탱자성’이라 불릴 만큼 많았던 탱자나무는 이제 서문 주변에만 일부 남았고, 해자는 모두 메워져 버렸다.
서산 해미읍성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읍성 중 그 형태가 가장 잘 남아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서산시에서는 매년 10월에 해미읍성 역사체험축제(서산해미읍성문화축제)를,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해미읍성 전통문화공연을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