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그린스마트미래학교

2024-06-13     정은주 건축사‧시아건축사사무소
정은주 건축사‧시아건축사사무소

플라톤은 지식과 지혜를 가진 철학자가 국가의 리더가 돼야 한다는 철인정치(rule of philosophers)를 주장했다. 이는 부강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 지적 수준이 높은 인재가 필요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한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20207월부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사회 급변과 불확실성을 체감하며 미래 변화를 선도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느끼고, 미래형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교육환경 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등을 추진하고 있다. 건축사로서 그린스마트미래학교에 관련된 사전기획 및 고교학점제, 교육환경개선사업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점과 미래교육환경 조성의 초기단계로써 필요한 개선점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첫째, 사업비다. 교육시설 사업비는 공공건축 중 가장 낮다. 조달청에서 매년 분석해 발표하는 공공건축물 유형별 공사비 자료에 따르면 교육시설 단위면적당 공사비는 200만 원 정도로 창고형 공공건축물 공사비와 비슷하다. 타 용도의 공공건축물의 경우 300~400만 원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비용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전쟁복구와 개발도상국으로써 빠른 경제성장에 맞춰 적은 공사비와 공기 단축 등으로 교육 공간을 조성했다. 똑같은 형태, 비슷한 시설과 재료로 공간을 짓고 유지관리를 해온 교육청은 여전히 200만 원이라는 적은 사업비로 운영해오고 있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간이 구성돼야 한다. 40년이 안 된 교사의 경우 대부분 100억 원 이하의 사업비로 리모델링을 진행한다. 현상설계 및 실시설계에 참여해보면 사업비의 한계로 교육환경 개선은 불가능하다. 사업비 내에서는 기존 교사의 마감재 교체나 노후 시설의 보수만 가능한 정도다. 따라서 다른 공공건축물과 같은 정상적인 공사비로의 재책정이 필요하다

둘째, 발주처의 인식 개선과 학교시설 복합화에 대한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발주처는 교육환경을 위해 새로운 외부 공간, 교수학습법에 따른 특별한 공간구성 및 새로운 마감재, 친환경 건축물을 위한 옥상 녹화와 수직 정원 등의 변화를 요구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맡아야 하는 측에서는 기존 학교시설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일률적인 기존 교육환경을 유지로는 교육관이 바뀌기를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공공건축물은 지역사회와 상생해야 하고 언제든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관리 측면에서는 각종 범죄예방 등을 이유로 사용자에 제한을 두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범죄는 사용자가 없는 저녁시간이나 보이지 않는 구석공간이 생길 때 더 위험할 수 있다. 우려하는 범죄 등은 지역주민에게 상기 개방해 공간 내 사용빈도가 늘어나면 감시의 눈이 더 많아지고, 범죄 우려도도 낮아질 것이다.  

셋째, 사용자 참여로 만들어진 기획설계 내용을 현상설계 심사에 반영해야 한다. 근래 그린스마트미래학교의 현상설계심사 과정에서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고민했던 설계안이 도리어 당선에 불이익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심사위원진이 기획 설계내용을 전부 파악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필자는 기획설계 내용을 정리한 요약보고서로 만드는 등의 방식을 발주처에 제안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수학습법을 도출하기 위해 고민이다. 건축사는 학교 공간 디자인을 하기에 앞서 담당 교사와 학습방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다. 하지만 공사 후 협의했던 담당 교사의 전근이나 참여자의 졸업 등으로 인해 교수학습법 도출 참여 적극성이 떨어진다. 건축사 역시도 교수학습법은 본인이 업무가 아니라는 생각에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앞에 서술한 것들은 필자가 업무를 진행하며 느꼈던 부분으로, 모든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이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이것이 필자 개인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의 일률적이고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의 교육환경과 다른 학습공간이 필요하다.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에 맞는 공간구성, 현실성 있는 적절한 예산, 발주처의 인식개선에 따른 유기적인 업무협조, 공간 구성자인 건축사들의 디자인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인재를 위한 교육환경 조성이 조성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건축사가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 조성에 빠질 수 없는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