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 건축물관리법 시행 4년, 건축사의 역할에 대한 소고
건축물관리법이 2020년 5월 1일 시행된 후 이제 4년이 지났다.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고 편리·쾌적·미관·기능 등 사용가치를 유지·향상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과 안전하게 해체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건축물의 생애 동안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이 처음 시행되었을 때, 부산광역시의 요청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를 마치고 받은 질문이 ‘건축사가 설계를 해야지 왜 해체 감리까지 해야 하나?’였는데,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해체 감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하면서도 나 역시 ‘왜 건축사가 해체 감리를 해야 할까? 하지 않으면 안 될까?’라는 물음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법 시행 1년 후인 2021년 6월 9일 광주 학동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건축물 붕괴 사고는 17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건축물관리법’의 무용론이 제기됐다. 2021년 12월 31일 ‘건축물 해체계획서의 작성 및 감리업무 등에 관한 기준’이 변경되고, 2022년 8월 4일 ‘건축물관리법’이 변경되면서 해체공사 허가대상 건축물의 감리가 비상주에서 상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대가기준이 공사비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요율제에서 감리 업무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실비정액가산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로 인해 신축 공사비의 5% 이하인 해체 공사비에 요율을 적용하는 비현실적인 감리비용이 실제 업무를 기준으로 산정되게 됐다. 또한, 해체공사 인허가에 심의와 착공 이후 현장 점검이 추가되고, 교육 시간도 16시간에서 35시간으로 늘어났지만, 현실적인 대가기준 마련에 대한 해체 감리에 관한 건축사의 관심은 ‘교육 신청 조기 마감’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건축 설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전국 건축 인허가 현황에서 전년 동기 대비 인허가 면적이 22.6%, 착공 면적이 38.5% 감소했다. 특히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등의 허가 면적이 감소했다”라는 언급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소형 건축물의 허가 면적은 22.6% 이상 감소했으며, 이를 허가 건수로 추정하면 50% 이상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은 착공 면적 기준으로 2010∼2021년 연평균 3.2% 증가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2022년도 전국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전체 건축물 735만 4340동 중 30년 이상 경과된 건축물은 301만 7299동(41.0%)으로 2017년의 36.5%에 비해 4.5% 증가했으며, 매년 약 1%씩 증가하고 있다. 이를 면적으로 환산하면, 노후 건축물의 연면적은 8억 8410만㎡로 전체 건축 연면적의 21.4%에 해당하며, 특히 소규모 건축물의 노후화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신축 설계가 대지 조건 분석에서 시작된다면,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노후화 상태를 점검하는 것에서 시작되며, 건축물관리법의 관리 점검 방법은 효율적인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건축법 제35조(건축물의 유지관리)와 동법 제36조(건축물의 철거 등의 신고)를 기본으로 하는 건축물관리법에서는 건축물 관리 점검이 건축물 전체 생애 이력을 주관하는 건축사의 고유 업무이며, 이는 건축물 재고 자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리모델링의 출발점이다. 물론 점검 책임자 및 점검자 교육에서 ‘업무에 비해 대가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항상 듣지만, 2013년 건축법에 의한 유지관리 점검 대가가 고정된 금액으로 8년 동안 유지된 반면, 건축물관리법 점검 대가는 엔지니어링 대가 기준과 연동하여 해마다 일정 금액이 상승하고 있으며, 법 시행 이후 업무 시설 용도별 대가 기준이 1.0에서 1.1로 조정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비록 부족한 금액이지만, 관리 점검을 통해 건축물 관리자의 경험, 기존 건축물 사용상의 문제점 파악, 사용자 요구 사항 등 리모델링 설계에서 고려할 사항을 파악했다는 점은 점검 대가 이상의 경험이었다. 또한 소화펌프, 배수펌프 등 기계, 전기, 소방 분야의 시설을 확인하면서 건축 설계 과정에서 관계 기술자 협력 분야를 직접 점검하면서 점검원의 이해도가 높아진 점도 부수적인 장점이었다.
최근 건축물 관리계획서 작성을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다. 원칙적으로 건축물 관리계획서 작성은 관리자가 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2022년 6월 한국부동산원에서 배포한 관리계획서를 관리자가 직접 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1,000제곱미터 미만은 소규모, 1,000제곱미터 이상에서 3,000제곱미터 미만은 중규모, 3,000제곱미터 이상은 대규모로 규모별로 양식이 구분되기 때문에, 처음에 양식을 잘못 작성하면 사용승인 단계에서 전체적인 수정 또는 보완이 발생하게 된다. 건축법에서 건축물관리법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작성되는 건축물 관리계획서가 제대로 작성되어야 하며, 계약 단계부터 업무를 구분하여 건축사의 전문적인 능력에 상응하는 대가 체계가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