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위축에 설계비 떼이는 사고 차단하려면…“착공 시 설계비 완납증명서 제출 및 지급보증제 의무화 필요”

현행법상 허가권자 지정 감리 시 건축물 사용승인 받기 위해 ‘감리비 완납증명서’ 제출 필요 설계비에 대한 동일한 보호장치 없어 건축사사무소, 경영에 어려움 겪어 설계 완료하고도 설계비 일부 또는 전부 받지 못하는 사례 빈번 건축 경기 위축된 현재 상황에서 문제 심각 설계비 지급보증제 또는 착공 시 설계비 완납증명서 제출 의무화 필요 설계비 악의적으로 미루는 건축주 예방 가능 공정한 계약 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

2024-05-28     장영호 기자

현행법상 허가권자가 지정한 감리 시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으려면 감리비 완납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규정은 건축물이 안전하고, 규정을 준수하며, 계획대로 건축됐음을 보증하는 증거로서 감리비 지급을 보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건축 설계비에 대해서는 동일한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많은 건축사사무소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건축사사무소들은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설계를 완료하지만, 설계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러한 상황은 건축사사무소가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접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한다. 건축 경기가 위축된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 건축사는 특히 착공 시 이미 설계를 100%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중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설계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일부 악성 건축주들은 준공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설계비를 지급하지 않기도 하며, 이로 인해 많은 건축사들이 설계비를 떼이는 사례가 생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착공 시 설계비 완납증명서를 제출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설계비를 악의적으로 미루는 건축주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며, 공정한 계약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 다른 건축사는 건축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착공 시 설계비 완납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이를 통해 건축사사무소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설계 작업을 수행하고, 건축 산업 전반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일본에서는 건축 설계 계약 시 설계비와 지불 시기를 명시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도 계약서에 명시된 설계비의 지급을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설계비 미지급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건축사협회(AIA)의 보고서에 의하면, 건축사사무소의 약 30%가 설계비 미지급 문제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매년 약 200개의 사무소가 폐업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2022년 미국 AEC(건축, 엔지니어링, 건설) 업계의 요금 및 청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계비 미지급 문제는 건축사사무소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으며, 많은 건축사들이 건축주로부터 설계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업계 전반에 걸쳐 빈번하게 발생하며, 특히 프로젝트 중 설계 변경으로 인해 추가 설계비를 청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계약서에 설계비와 지불 시기를 명확히 명시해 설계비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 설계비 완납증명서 제출조항을 포함시켜, 프로젝트 착공 전에 설계비가 완납되었음을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건축사사무소들은 계약 이행 보증' 제도를 활용해 건축주가 계약 조건을 준수하도록 유도한다.

협회 추진 중인 설계비 지급 보증 방안실현되면, 건축사사무소 안정적 운영과 건축 산업 신뢰성 향상에 기여할 것

업계 관계자는 “PF 시장 위축으로 민간 부문 인프라 발주 규모가 줄고, 공공시장에서는 수주 경쟁이 심화하면서 실적이 나빠졌다국내 설계업체들은 고금리와 PF 시장 경색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일감이 크게 줄면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설계비 지급 보증 방안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덧붙여 계약이행보증보험은 건축주가 비용을 부담해 발급해야 한다. 이는 건축사가 일을 제대로 진행할 것을 보증하는 보험과 같은 개념이다. 설계비 지급보증제는 이에 대응하는 것으로, 설계비 지급보증이 있어야 건축사와 건축주가 동등한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현재는 건축사가 일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비를 받는 것을 보장하는 제도가 없는 상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건축연구원 김홍수 선임연구위원은 설계비 지급 보증 방안을 도입함으로써 설계비 미지급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건축사사무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회가 추진 중인 이 방안이 시행되면, 건축 산업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