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건축이라는 큰 퍼즐의 한 조각
2020년 초 회사를 그만두고 사무소를 개소했다. 현재는 작은 건물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면서 틈이 생길 때마다 설계공모도 참여하며 프로젝트 생성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실무 경험이 17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보니 너무나 당연해서 무감각하게 지나쳤던 것들 또 건축사 신분의 자신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패기와 열정 가득했던 건축학도에서 실무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그 열정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현실적인 걱정이 많아진 나를 볼 때면 잘하고 있는 것인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건축사로서 충분한 자질과 소양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계획을 할 때 건물의 조형과 공간에 대해서 충분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건축주나 발주처의 요구를 잘 반영했는가’와 같은 고민이 깊어진다. 시간에 쫓겨 모형을 만들어보지도 못한 경우가 생기는 건 덤이다.
최근에는 지정감리와 해체감리를 지원해 현장경험을 쌓고 있는데, 사무실에 앉아서 계획을 할 때 보다 오히려 현장에서 느껴지는 책임감이 크게 와닿는 것 같다. 시계의 톱니바퀴가 잘 맞게 돌아가야 하듯 설계자, 시공자, 허가권자 등 각 분야의 합이 좋아야 건실한 현장이 될 수 있고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2년 가까이 공사를 하고 있는 지정감리 현장이 있다. 계약 당시만 해도 시공사는 당당하게 10개월이면 충분하다 했다. 감리 업무대가산출 기준에 의거해서 감리비를 제안했지만 건축주는 비싸다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해 왔다. 금액적 조율이 어려울 것 같아서 거절을 하려 했지만 마음이 약해져 이것 또한 경험이고, 현장에서 배울게 더 많다는 생각으로 계약서에 날인을 했었다. 그 날인이 다사다난의 시작이었다.
시공사의 공사일정 관리 부재, 6번의 현장소장 교체로 인한 소장의 공사 전반에 걸친 상황파악 부족, 본사의 공사자금 운용 차질로 공기지연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었고, 몇 가지 이유로 행정처분 이슈까지 겹쳤다. 다행히 행정처분은 의견서를 제출해 잘 정리는 되었지만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당황했었고, 그 기간 동안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다. 장장 2년 가까이 된 이 현장도 곧 마무리될 것 같다. 비상주 감리자로서 내가 더 많이 알고, 할 수 있는 선에서 더 잘 챙겼더라면 상황이 나아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기지연과 공사비 증액에 따른 건축주의 속은 타들어 갈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넓은 사회에서 ‘젊은 건축사로서 내가 할 일은 어딘가에 있다’라는 호기로운 생각으로 시작한 독립이다. 건축이라는 큰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나부터 건축사의 역할과 책임감이라는 퍼즐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마음에 새겨야겠다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