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축사 대행 ‘착공 신고’와 ‘사용 승인 접수’에 대한 적절한 보상 체계 확립 필요
온라인 건축 행정 시스템인 세움터가 구축된 지 20년이 됐다. 각 협의 부서마다 도면과 서류를 출력해 직접 방문해 협의하던 시절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2004년 1차 구축부터 3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됐으며, 2007년에 확산·보급을 완료했기 때문에 시스템이 정착할 시간은 충분히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소속 건축연구원 ARI에서 작성한 ‘건축물 설계·공사감리 업무 가이드’에 따르면, 건축행정 절차에서 주체자와 관계자를 살펴보면 건축 설계와 건축 허가 신청 업무의 주체로 설계자가 포함돼 있다. 반면, 착공 신고와 사용 승인 신청에는 공사 시공자가 업무 주체로 명시돼 있고, 설계자와 감리자는 업무 주체가 아닌 관계자로 분류되어 있다. 그럼에도 실제 민간에서는 여전히 많은 경우에 설계자인 건축사가 공사 시공자를 대신해 착공 신고와 사용 승인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왜 발생하게 되었는가. 설계자가 상대적으로 컴퓨터와 온라인 시스템 사용에 익숙하고, 공사 시공자는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도면과 현장 간의 차이가 발생할 때 건축사에게 추가 업무와 책임이 따르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전부터 해오던 관행을 계속 유지하기 때문이다. 모든 건축사가 이를 인지하고, 원칙적으로 공사 시공자의 업무임을 명확히 설명하며, 시공자가 건축 행정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자가 대신 진행하는 것임을 알려야 한다. 실제로 필요한 업무에 대한 비용을 책정하고 이를 받는 노력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이러한 작업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 건축물을 주로 설계하는 건축사들은 여전히 공사 시공자로부터 온갖 서류를 받아 건축 행정 시스템에 업로드하며 착공 신고와 사용 승인 신청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원칙을 설명하고 비용을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다른 곳은 그냥 해주던데 왜 그러냐’는 것이다. 잘못된 관행이 계속 유지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관행이 지속된다고 해서 그것이 옳은 것이 될 수는 없다.
공사 시공자가 건축 행정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다면, 이제는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세움터로 서류를 업로드하거나 인증하지 못하는 업체는 공사 시공자로서의 기본 업무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부득이하게 건축사가 이 업무를 대행한다면, 명확한 보상 기준에 따라 적절한 비용을 받아야 한다.
법에서 보장된 건축사만이 할 수 있는 업무는 지속적으로 침해되고 있으며, 반대로 법에서 보장된 여러 권한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들은 하나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 건축사 스스로 전문가로서 기반을 강화하고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의무 가입이라는 기초가 마련되었으니 이제 함께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