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IA 플로리다 디자인 어워드 심사 서울서 진행…“상호 연결된 건축, 각각의 장점 융합하는 계기되길”
AIA 플로리다 디자인 어워드 심사위원진 건축의 공공성‧자연과의 조화 중시하는 한국 건축 지리적 특성과 범지구적 기후위기 고려한 아이디어‧문제의식 공유 AIA 플로리다 디자인 어워드, 미준공‧준공 후 25년 지난 작품도 출품 가능 “한국 건축사 작품도 오랫동안 인정받는 계기 마련됐으면”
AIA 플로리다 디자인 어워드 심사가 지난 5월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서울에서 진행됐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이번 심사에는 이건섭 건축사(주.삼우 종합건축사사무소) 정용교 건축사(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김정임 건축사(주.서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백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박종대 건축사(주.제제합 건축사사무소)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심사에는 미국 플로리다,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서 활동하는 미국 건축사들의 작품 300여 점이 7개 부문에 걸쳐 심사됐다. 준공건축물, 미준공, 역사보존 및 복원, 준공 후 25년 이상 경과한 건축물에 대한 작품상, 이론 및 학술 연구 등이다.
AIA 플로리다 디자인 어워드 심사 준비와 진행을 위해 AIA 플로리다 디자인 어워드 조직위원장 베벌리 프랭크(Beverly Frank)와 AIA 플로리다 론다 헤먼드(Rhonda Hammond) 회장도 방한했다. 서울에서 처음 진행된 AIA 플로리다 디자인 어워드 심사 준비와 진행 과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서울에서 AIA 플로리다 디자인 어워드 심사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베벌리 프랭크 :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5번째로 큰 주입니다. AIA 플로리다 소속 건축사도 약 4,000여 명에 달합니다. 플로리다 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사의 작품을 알리고, 다양한 시각으로 어워드를 진행하기 위해 2017년부터 어워드 심사를 외부에 의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서울은 런던, 도쿄, 파리, 뉴욕, 바르셀로나, 파나마 시티에 이어 일곱 번째로 심사가 진행된 도시입니다. 서울에서 느낄 수 있는 역동성이 심사에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한국 건축의 특징이 있다면?
론다 헤먼드 : 한국 심사위원들의 사려 깊은 코멘트를 들으며, 한국 건축사들이 건축의 공공성을 중시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은 공간에도 공공적 기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더불어 서울이라는 도시를 보면서 한국 건축이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건축물과 주변 자연 경관의 조화를 추구하는 관점은 한국 건축의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Q.양국의 건축‧문화적 교류 계획이 있다면?
베벌리 프랭크 : 지난 임기에 AIA 플로리다 회장직을 맡으면서 ‘문화 간의 갭을 메우자’는 슬로건을 협회의 중요한 방향성으로 삼았습니다. 어워드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좋은 디자인은 언어와 동서양이라는 지리적 차이를 뛰어 넘는 보편적인 언어라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AIA 플로리다가 디자인 심사를 의뢰한 이유는 궁극적으로 문화 간의 교류뿐 아니라 회원 작품을 알리고, 기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건축사의 작품을 AIA 플로리다에서 심사하는 것도 좋은 교류의 방안이 될 것입니다. 건축은 상호 연결돼 있는 만큼, 각각의 건축이 가진 장점을 융합해 나가는 계기가 더 많이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Q.심사를 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김정임 건축사 : AIA 플로리다 디자인 어워드는 하나의 당선작을 뽑는 한국의 설계공모와 달리, 해당 지역에서 1년 동안 활동한 건축사들을 독려하는 취지가 더 큽니다. 건축사들이 꾸준히 수준 높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7개 부문에 걸쳐 응모가 가능합니다. 카테고리를 세분화 했다는 것 자체가 장점을 부각해서 보려는 시도로 보였습니다. 심사에서도 설계 디자인의 장점을 찾는 데 집중했습니다.
심사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준공작뿐 아니라 미준공(Unbuilt), 준공 후 25년이 경과한 건축물 등도 출품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디어 단계부터 준공 후 25년까지 건축사가 여러 번 어워드에 출품이 가능합니다. 건축사가 자신의 작품을 오랫동안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 같아, 우리도 이러한 방식을 도입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플로리다,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사 작품의 특징이 있다면?
정용교 건축사 : 이 지역들은 바다와 인접해 있고 홍수나 허리케인의 피해를 자주 입는 지역입니다. 기후 위기로 인해 더욱 빈번해지는 침수에 대비한 설계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반을 높여 물의 피해를 줄인다거나 필로티로 기둥을 세워 홍수 이후의 복구가 용이하도록 말입니다. 기후 위기는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2022년 태풍으로 인해 제철소가 침수되면서 경제적 피해가 크지 않았습니까. 정림건축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아직 민간이나 개인적 차원에서 기후 위기와 건축의 상관관계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건축계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모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교류가 서로에게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Q. AIA 플로리다 디자인 어워드 심사를 진행하는 등 전반적으로 한국 건축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한국 건축의 방향을 짐작해 본다면?
백진 교수 : 플로리다에서 디자인 심사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전반적으로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진 게 이번 어워드 심사까지 이어진 것 같습니다. 심사를 진행하면서 한국 건축에도 기후나 삶의 패턴 등을 반영한 실험적인 건축적 시도가 나타났으면 합니다. 이미 기술적인 역량이 충분한 만큼 우리가 추구하고 싶은 삶의 방식, 공동의 삶의 방식 등을 담으려는 노력과 실험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건섭 건축사 :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높아진 한국 건축계의 위상을 조금은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심사를 시작으로 양국의 문화적 교류를 확대하고, 프로젝트를 함께 발굴하는 등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