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불황 속 버티기(각자도생)

2024-04-25     조병권 건축사 · WWA 건축사사무소 <충청남도건축사회>
조병권 건축사(사진=조병권 건축사)

‘각자도생’, 근래에 들어서 미디어나 인터넷상에서 종종 들어보는 사자성어이다. 제각기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말이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건설경기 역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으며, 또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언제쯤 좋아질지 가늠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높은 금리에 더해 건축자재·인건비의 상승은 건축을 하려는 클라이언트들을 위축되게 하며, 건축하려는 의지가 있다 한들 규모를 줄이게 만들고 있다.

근래 들어 설계 의뢰가 들어와 견적서를 제시하면 비용이 비싸다는 의견이 돌아오곤 한다. 타업체 견적도 받아보았는데 2배 가까이 된다는 클라이언트의 쓴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적은 금액이라도 일을 해야 유지할 수 있으니 어떻게든 수주하려는 의지에 말도 안 되는 대가를 질러보는 것이겠지만 이 불황이 지나고 난 뒤에 후폭풍은 어찌하려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지방에서의 설계비란 것이 수도권에 비해 적으며, 과업 내용도 수도권과 다른 것이 사실이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설계 업무의 양과 질은 점점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모두 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설계 품질과 양이 거꾸로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요식업 같은 경우는 재료비와 인건비가 올라 올라 점심에 1만 원 들고나가면 선택사항이 그리 많지 않다. 타업종이라 1대 1 비교는 어렵겠지만, 왜 건축설계판은 더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전국 어디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지방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살아남기 또한 쉽지 않은 것 같다.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가기 위해 투잡을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한다. 건축문화의 발전도 좋지만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으로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변하지 않는 상황과 답답한 마음에 협회차원에서 어떠한 행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건축사협회의 수익도 적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판단이 되며, 지역협회들의 존립도 위태로워지고 있다. 

정부마저 돈을 안 쓰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각 지자체, 교육청, 행정복지센터, 시청, 군청 등 관공서 리모델링 건들도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소규모 프로젝트들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며 먹고살던 지방의 작은 건축사사무소들은 일이 반토막이 아니라 괴멸하고 있는 수준이다.

협회차원에서 정부의 이러한 운영에 대해 목소리를 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 소비력이 떨어져 돈이 안 돌고 있으니 정부라도 돈을 풀어서 돈이 돌게끔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 불황속에서 잘 버티기 위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할지, 잘 버티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봐야 할 시기이다. 모두 힘내시길 기원한다.